[통신원 수첩]‘야구 변방’ 네덜란드 돌풍의 비밀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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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상 최대 이변이 벌어졌다. 11일 ‘야구 변방’ 네덜란드가 우승 후보 도미니카공화국을 2-1로 누르고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네덜란드가 8일 첫 경기에서 도미니카를 3-2로 눌렀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이날도 팽팽한 투수전을 벌였고 연장 11회 초 먼저 1점을 내줬지만 11회 말 적시타와 상대의 끝내기 실책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대부분 메이저리그 선수로 구성된 도미니카로서는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판이다.

네덜란드는 9일 푸에르토리코와의 경기에서도 8회까지 1-0으로 앞서다가 8회 말에 3점을 빼앗겨 1-3으로 졌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축구의 나라인 네덜란드가 도미니카를 누르고 돌풍을 일으킨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이면에는 중남미 서인도제도의 소국 퀴라소가 있다. 네덜란드는 베네수엘라에 인접한 섬나라 퀴라소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퀴라소는 16세기부터 네덜란드의 식민지였고 현재는 네덜란드령이다.

유럽이 축구라면 서인도제도는 야구가 국기다. 퀴라소 역시 인구는 20만 명도 안 되는 소국이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수없이 배출하고 있는 야구 강국이다. 지난 시즌 LA 다저스에서 프리에이전트 ‘먹튀’로 통했던 앤드루 존스가 바로 이곳 출신이다.

이번 대회에는 메이저리그 출신인 시드니 폰손(전 뉴욕 양키스), 랜들 사이먼(전 피츠버그) 등이 가세했다. 마이너리그에서 활동 중인 선수까지 합하면 엔트리의 절반에 이른다. 즉 무늬는 네덜란드이지만 실제는 퀴라소 야구로 도미니카를 꺾은 것이다.

퀴라소는 리틀리그가 대단히 강하다. 2004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첫 우승컵을 안았고, 2005년에는 준우승을 했다. 결국 리틀리그가 퀴라소, 나아가 네덜란드 야구의 젖줄이 됐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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