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50m 검푸른 얼음굴… 박영석 원정대 발견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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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지역 수색 셰르파 2인 현지 인터뷰


두텁고 푸른 얼음 굴이었다. 검푸른 빛이 감도는 어둠이었다. 알려진 것보다 깊고 무서웠다. 조금만 내려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입구에서 계속 눈과 돌이 흘러내렸다. 굴 안에는 크고 작은 얼음 작대기 혹은 얼음 기둥이 가득 매달려 있었다. 언제 무너지거나 떨어져 내릴지 모르는 상황. 에베레스트를 4∼6차례나 올라갔다 온 베테랑 셰르파들이었지만 바닥까지 내려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했다.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실종된 박영석 대장(48)과 신동민(37) 강기석 대원(33)이 쓸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균열지역을 수색하고 온 셰르파들이 처음 입을 열었다.

걜젠 셰르파(30), 니만 걜젠 셰르파(26)는 한국구조대와 함께 균열지역을 살피고 왔다. 체력 저하로 다른 셰르파들과 교대했다. 23일과 24일 두 차례 들어갔다 왔다.

니만 걜젠 셰르파는 “균열 속은 푸른 얼음(blue ice)이 뒤덮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푸른 얼음은 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얼음결정체와 빛의 산란작용이 결합해 생긴다. 푸른빛이 돈다는 건 그만큼 오래된 빙하지역임을 뜻한다. 또 그는 당초 알려진 것보다 이 균열이 더 깊다고 전했다. 이 균열은 당초 30∼40m 깊이로 알려졌다. 그러나 약 40m까지 들어갔다고 추정한 그는 “균열의 깊이가 45∼50m는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굴은 60도 경사로 이리저리 휘어져 있었다. 걜젠 셰르파는 “아주 깊고 위험했고 눈과 돌이 계속 떨어졌다”고 말했다.

걜젠 셰르파는 에베레스트에 4회, 마나슬루에 2회 올랐던 베테랑이다. 마나슬루는 1972년 한국 원정대와 셰르파 등 한번에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곳이기도 하다. 니만 걜젠 셰르파는 에베레스트에 6차례 올랐다고 했다. 2006년부터 해마다 한국 원정대와 함께 등반했다고 전했다. 박영석 대장과도 가까운 사이다. 니만 걜젠 셰르파는 “이번 안나푸르나 원정을 마친 뒤 함께 로체 남벽에 오르기로 계획을 잡아놨었다”고 말했다. 로체 남벽은 에베레스트 남서벽, 안나푸르나 남벽과 히말라야 3대 남벽으로 꼽히는 곳으로 박 대장은 세계적으로 어려운 루트에 모두 새 길을 낼 계획이었다. 니만 걜젠 셰르파는 “실종된 신동민 대원과도 가까웠다. 지난해 한국에 가서 그와 함께 재밌게 보내다 왔다. 그들이 사고를 당해 너무 슬프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구조대는 27일 오전 5시부터 7시간 동안 총력을 기울여 수색에 나섰다. 오후부터는 짙은 안개가 발생해 주로 오전 시간에 작업하고 있다.

카트만두=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동영상=박영석 대장, 추락장소 추정 크레바스 수색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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