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김영철과 폐회식前 예고없이 회동… 사진 공개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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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美 ‘포스트 평창’ 외교전]김영철 “美와 대화 충분한 용의 있다”

25일 오후 8시,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에 입장한 문재인 대통령은 VIP석 앞줄에 앉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악수를 나눴다. 이어 뒷줄에 앉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도 웃으며 손을 잡았다. 3시간 전 회동에서 “북-미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김영철과 문 대통령이 다시 만난 것이다.

한미와 북한 대표단은 VIP석에서 폐회식을 지켜봤지만, 이방카 보좌관과 김영철은 폐회식이 끝날 때까지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북한의 북-미 대화 거부로 꺼질 것 같았던 한반도 대화 기류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다시 타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대화 거부했던 北, 폐회식에선 “북-미 대화 용의”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부터 평창에서 김영철과 한 시간 동안 전격 회동을 가졌다. 김영철은 이 자리에서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조기 대화가 필요하다”며 북측에 공을 넘긴 상황에서, 김정은도 일단 김영철을 통해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개회식 전후로 문 대통령이 어렵게 마련한 북-미 대화를 성사 직전 걷어찼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의 초강력 대북 제재에 직면한 북한이 대화 국면을 마냥 모른 체 할 수는 없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북-미가 단기간 내 대화 테이블에 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방카 보좌관과 함께 방한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을 하고 “북한과 대화하려면 비핵화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생산적인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또는 추가 도발 중단이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문 대통령과 김영철의 회동에서는 10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의 회동에서처럼 비핵화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끊이지 않는 북-미 실무라인 접촉설

이날 폐회식 자리 배치는 개회식과 사뭇 달랐다. 당시엔 문 대통령 내외 바로 뒷줄에 김여정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앉았고,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내외는 문 대통령 내외 옆에 앉았다. 폐회식에서는 문 대통령 내외 옆에 이방카 보좌관이 앉았고 김영철은 문 대통령과 네 자리가량 떨어진 뒷줄에 자리를 잡았다.

김영철은 오후 9시 55분경 폐회식이 끝나기 전 먼저 자리를 떴다. 앞서 이방카는 24, 25일 이틀간 북한과 관련한 어떠한 행보도 하지 않았다. 2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에서 “(이 자리는) 최대한의 압박을 위한 (한미) 공동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라 생각한다”는 이방카 보좌관의 발언이 유일한 공개적 대북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김정은이 이날 김영철을 통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26일 이방카 보좌관이 떠나기 전 북-미 접촉 여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대표단에 외무성 대미 라인의 주요 인사인 최강일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을 포함시킨 것도 가능성을 증폭시켰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방카 보좌관과 수행단이 26일 오전 출국하지만, 한두 명이 개인적 용무 등을 이유로 출국일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2014년 김영철과 북한에서 만났던 앨리슨 후커 미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이 서울에 남아 27일 떠나는 김영철 일행과 별도의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도 북한에 “대화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김영철이 폐막식에 참석하기 전 만찬을 함께하며 후속 논의를 가졌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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