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1994!…‘야생마’ 이상훈의 추억을 불러일으킨 차우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16시 59분


코멘트
“LG 좌투수가 위기 때도 자신 있게 한 가운데 직구를 꽂아 넣은 게 이상훈 원장님 이후 얼마만인가요. ㅠㅠ.”

4일 LG와 삼성과의 경기를 지켜보던 한 LG팬이 감격에 차 프로야구 실시간 중계 창에 올린 댓글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LG로 이적해 이날 선발로 등판한 차우찬(30)은 6.1이닝 동안 6안타 1볼넷 8삼진으로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시원하게 꽂아 넣는 직구는 LG 팬들에게는 1990년대 최고의 왼손 투수였던 ‘야생마’ 이상훈 LG 피칭아카데미 원장을 떠올리게 했다.

전문가들도 차우찬이 이날 군더더기 없는 투구 폼, 직구 위주의 자신 있는 공 배합과 짧은 투구 간격을 살려 저돌적으로 타자를 압도한 것이 이 원장의 전성기 시절과 매우 닮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1993년 이 원장과 동기로 LG에 입단해 포수로 오래 호흡을 맞췄던 김정민 LG 배터리 코치도 차우찬을 눈여겨봤다. 그는 “이 원장은 공 배합과 속도 조절로 타자를 상대하기 보다는 타자가 아예 못 따라오는 직구로 타자를 제압하며 희열을 느꼈던 스타일이다. 여기에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 타자들을 요리했다”고 회상했다. 차우찬이 이적 첫 경기에서 ‘이상훈 스타일’을 보여줘 놀랐다는 김 코치의 분석이다.

김 코치는 “삼성 시절 차우찬은 직구 구위는 좋았지만 너무 스트라이크 존 외곽에 걸쳐 던지려 하다보니 투구 수가 많았다”며 “하지만 삼성 전에서는 자신의 직구를 믿고 부담 없이 던지다보니 보는 사람도 깔끔하고 공의 종속도 좋았다”고 칭찬했다. 차우찬은 이날 95개 투구 중 52개를 직구로 과감하게 뿌렸다. 김 코치는 “현역 시절 홈 플레이트에서 포수 미트로 들어오는 직구의 종속은 왼손 투수 중에서는 이 원장이 가장 빨랐다. 이 원장보다는 허리를 세워 내려찍듯 타자로 향하는 차우찬의 직구도 앞으로 매 경기 강한 인상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우찬은 “어릴 때 봤던 이 원장님의 직구는 제구가 되면서 공 끝이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헛스윙을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감히 나하고 비교할 수 없다”며 몸을 낮췄다. 이 원장은 “지금처럼만 하면 LG 팬들에게 멋진 선수가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차우찬의 직구로 ‘야생마’를 되새기는 LG팬들의 추억 여행이 시작됐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