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점슛 황제’ 레이 알렌 “한국과 특별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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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4일 0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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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알렌(마이애미 히트). 동아닷컴DB
레이 알렌(마이애미 히트). 동아닷컴DB
[동아닷컴]

NBA(미국프로농구) 역대 최고 슈터는 누구일까?

의견이 분분할 수 있으나 마이애미 히트의 슈팅가드 레이 알렌(37)도 후보군에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선수이다.

올해로 프로생활 16년 차인 알렌은 3일(한국 시간) 현재 NBA 역대 최다 3점슛 기록(2748개)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밀러타임’으로 유명했던 레지 밀러의 종전기록(2560개)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알렌의 신기록 행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2005~2006 시즌에 성공시킨 3점슛 269개는 NBA 역사상 한 시즌 최다 3점슛 기록으로 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알렌은 37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3.3득점 3리바운드 2.1도움을 기록하며 여전히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또한 알렌은 3점슛 외에도 현란한 움직임으로 팀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능력이 뛰어나 팀으로서는 그를 이용한 다양한 공격 전술 구사가 가능하다.

이런 그의 활약에 NBA 전문가들은 종전 최고령 선수기록(45세)을 깰 수 있는 유일한 현역 선수로 알렌을 꼽을 정도.

알렌은 슈팅가드로는 월등한 신체조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196cm 93kg) 코네티컷 대학 시절부터 득점기계로 불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1996년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5번으로 밀워키 벅스에 지명된 그는 팀 동료 샘 카셀, 글렌 로빈슨과 함께 ‘빅3’로 불리며 화려한 공격농구를 주도했다.

그 후 시애틀 슈퍼소닉스를 거쳐 보스턴 셀틱스로 이적한 알렌은 폴 피어스, 케빈 가넷과 함께 2007~2008 시즌 우승을 이끌며 생애 첫 NBA 챔피언 반지도 끼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세 선수 모두 전성기가 지났고 보스턴 벤치도 허약해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되자 보스턴은 선두를 질주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버티고 있는 LA 레이커스를 4승 2패로 침몰시키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NBA 선수 중 자유투와 3점슛 성공률이 가장 좋은 선수로 평가 받는 알렌은 NBA 우승뿐만 아니라 올스타 10회 선정,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금메달 획득 등 수상기록도 화려하다.

농구장 밖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딴 ‘희망의 레이’라는 재단을 설립해 꾸준히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1998년에는 영화 ‘He got game’의 공동주연을 맡아 배우로도 활동했다. 또 미국 언론이 선정한 ‘굿가이’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을 정도로 코트 안팎에서의 모범적인 생활로 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알렌은 그 흔한 문신 하나도 몸에 새겨 넣지 않았다.

동아닷컴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국내언론 최초로 알렌을 만나 인터뷰 했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언론에게 허용된 라커룸 출입시간이 극히 한정된 NBA 특성상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알렌과 한국의 특별한 인연을 들을 수 있었던 특별한 만남이었다.
레이 알렌(마이애미 히트). 동아닷컴DB
레이 알렌(마이애미 히트). 동아닷컴DB

다음은 알렌과의 일문일답.

-경기 전인데도 샤워를 하고 나왔다. 일종의 징크스인가?

“징크스는 아니다. 경기를 앞두고 항상 슈팅 연습을 하는데 그러면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연습이 끝나면 늘 샤워를 한다. 오늘은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린 것 같다. 이제 과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잠시 쉬면서 오늘 경기를 준비할 것이다.”

-보스턴을 떠나 마이애미로 이적했다. 새 팀은 마음에 드나?

“물론이다. 이 곳에는 훌륭한 선수들도 많고 코칭스태프나 구단 직원들도 잘해준다. 불만도 전혀 없고 아주 잘 지내고 있다.”

-NBA 데뷔 이후 무려 16년 동안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비결을 꼽자면?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철저한 자기관리이다. 특히 신체적인 관리 말이다. 한 시즌 잘했다고 거기에 안주하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한다. 시즌이 끝나도 항상 부족했던 부분을 찾아 그것을 보완하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했던 게 주요했던 것 같다.”

-얼굴이 좋아 보인다.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매우 좋다. 아픈 곳도 없고 최상의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아까 본의 아니게 당신 알몸을 봤다.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의 몸매가 신인선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현역 생활은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

“그건 나도 궁금하다. (웃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스스로 이젠 아니다라고 느끼면 그땐 후회 없이 유니폼을 벗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자신 있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당연히 팀 우승이다. 마이애미에는 훌륭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올 시즌 그들과 함께 우승하고 싶다. 생애 두 번째 우승의 감격을 맛보고 싶다.”

-NBA에 데뷔한 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행복했던 순간이라? 너무 많다. 음..(잠시 생각하더니) 역시 우승했을 때였던 것 같다. 보스턴에서 우승하기 위해 팀 동료들과 함께 많은 땀을 흘렸고 간절히 원했던 것을 이루었기에 그 감동 또한 매우 특별하고 컸다. 올 시즌 그 때의 기쁨을 다시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다.”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날씨에 따라 다르다. 마이애미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편이고 날씨가 좋을 때는 주로 골프를 친다.”

-골프를 치는지 몰랐다. 핸디캡은 어느 정도인가?

“제로(0) 이다.”

-정말인가? 나중에 프로골퍼를 해도 될 실력이다.

“하하.(손을 내 저으며) 아마추어치곤 잘 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프로에 갈 정도는 아니다.”

-농구 선수에게도 징크스가 있나?

“징크스라는 것은 일종의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에 선수마다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징크스라곤 할 순 없지만 일단 농구장에 오면 항상 일정하게 행동하는 습관이 있다. 샤워도 그 중 일부다. 홈 경기나 원정경기든 항상 같은 일들을 일정한 순서에 따라 한다.”
레이 알렌(마이애미 히트). 동아닷컴DB
레이 알렌(마이애미 히트). 동아닷컴DB

-레이 알렌을 얘기할 때 최다 3점슛 기록을 빼놓을 수 없다. 기록 보유자로서 소감을 말하자면?

“우선 개인적으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어느 부문이든 개인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기에 얻을 수 있는 기쁨이자 일종의 보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다기록이라는 것은 깨지지 않는 이상 시간이 흘러도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고 아울러 그만큼 오랜 시간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매우 영광스럽고 특별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종전 최다 3점슛 기록 보유자였던 레지 밀러는 기분이 안 좋았을 것 같다.

“하하.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그의 기록을 경신했을 때 밀러가 직접 전화로 축하메시지를 전했을 만큼 기뻐해 줬다.”

-레지 밀러와는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나?

“그렇다.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문자나 전화를 이용해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는 좋은 친구 사이이다.”

-레이 알렌에게 농구란 어떤 의미인가?

“좋은 질문이다. 내게 있어 농구란 내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농구를 빼놓으면 내 삶을 논할 수 없을 만큼 농구는 내게 중요하고 특별한 존재이다. 인생이란 긴 여행에 농구와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때 마이애미 매니저가 언론의 라커룸 취재시간이 다 됐다며 인터뷰 종료를 요구했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갑자기 유창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아니 한국말을 할 줄 아는가?

“잘은 못하고 단어 몇 개 아는 정도다.”

-한국에 가본 적이 있나?

“아니 없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미군(공군)이어서 오산과 군산에서 근무하신 적이 있다. 그때 아버지가 한국에서 옷이나 신발 등을 구입해 미국으로 보내주시곤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휴가 때 미국에 오시면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이나 아름다운 경치 등에 관해 이야기 해주시면서 한국말 몇 마디를 가르쳐 주신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나도 한 번 한국에 가보고 싶다.”

-오늘 귀한 시간을 내줘 정말 고맙다.

“(웃으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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