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국가대표 감독직 사퇴 “총재 소신에 부합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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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14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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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한국 야구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이 전격적으로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로부터 모욕적인 질의를 받고 KBO 
정운찬 총재가 무책임한 발언을 하면서 선 감독은 사퇴 결심을 굳혔고, 포스트시즌 종료 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동아DB
선동열 한국 야구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이 전격적으로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로부터 모욕적인 질의를 받고 KBO 정운찬 총재가 무책임한 발언을 하면서 선 감독은 사퇴 결심을 굳혔고, 포스트시즌 종료 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동아DB
“저는 국가대표 야구 감독직에서 물러납니다.”

선동열(55)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이 1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직에서 자진사퇴했다.

선 감독은 지난해 7월 한국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대표팀 전임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대표팀은 이전까지 줄곧 대회별로 감독을 뽑아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안게임(AG) 등의 굵직한 대회를 치러왔다.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재입성하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상 첫 전임감독제를 도입했고, 그 선택은 선 감독이었다.

선 감독은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8자카르타-팔렘방 AG에서 대표팀을 이끌며 대회 준우승과 금메달 획득이라는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AG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일부 선수의 병역 혜택 논란이 불거지면서 팀 수장으로서 곤욕을 치렀다.

야구 대표팀 감독으로는 역사상 최초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지난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회의원들로부터 모욕에 가까운 질의를 받았다. 선 감독은 이에 대해 “소신껏 선수를 뽑았다. 어떠한 청탁도 없었다”며 개인 뜻을 굽히지 않았다.

KBO 정운찬 총재. 스포츠동아DB
KBO 정운찬 총재. 스포츠동아DB

그러나 이후 국감에 출석한 KBO 정운찬 총재가 “개인적으로 전임감독제를 찬성하지 않는다. 집에서 TV로 야구를 보며 선수를 선발한 것은 (선 감독의) 불찰이다”는 발언을 하면서 다시 한번 명예가 크게 추락했다.

결국 선 감독은 14일 정 총재를 독대한 뒤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총재는 간곡하게 만류했지만 선 감독의 의지는 강했다. 직접 기자회견문까지 준비해 자신의 사퇴의사를 공식발표했다.

선 감독은 “국가대표 야구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감독직 사퇴를 통해 국가대표 야구선수들과 금메달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 개인 입장은 별도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선 감독이 직접 준비한 기자회견문은 A4 용지 두 쪽 분량의 글이다. 거기에는 “어느 국회의원이 ‘그 금메달(아시안게임)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퇴 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적혀 있다. 손혜원 의원을 간접 거론한 것이다. 이어 “국감을 통해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비로소 알게 됐다. 나의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본다”는 뼈 있는 말로 정운찬 총재에 대한 아쉬움을 직접 내비쳤다.

선 감독의 사퇴로 국가대표팀 감독직은 당장 공석이 됐다.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는 차기 사령탑 선임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KBO 장윤호 사무총장은 “현재로서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전임감독제 폐지, 존속 여부 역시 마찬가지”라고 입장을 밝혔다. 새로운 국가대표 감독 후보로는 조범현, 김경문 전 감독 등 재야에 있는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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