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품새계 개척해 금메달 안긴 신승중 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0일 22시 22분


코멘트
신승중 인도네시아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감독
신승중 인도네시아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감독
“기쁘죠(웃음).”

태권도 품새 경기가 열린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 시상식장에서 만난 신승중 인도네시아 품새 국가대표팀 감독(45)은 활짝 웃었다. 신 감독이 지도한 인도네시아의 데피아 로스마니아르(23)는 여자 개인전서 품새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오후 결선 경연부터 경기를 끝까지 관전하며 품새에 대한 관심을 보인 가운데 5000여 석의 경기장이 관중들로 가득 찼다. 이 금메달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서 인도네시아에 안긴 첫 금이기도 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엎드려 오열하던 로스마니아르는 이내 신 감독에게 다가가 포옹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신 감독은 “그간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2011년 품새를 지도하기 위해 국기원 파견사범으로 이곳에 왔다. 신 감독은 “12월 8일, 다소 추웠던 날”이라고 이곳에 온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기에 태권도를 한다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겨루기 선수들이었고 신 감독의 전공인 품새를 할 줄 아는 선수, 아니 사람은 없었다.

“‘이게 진짜 태권도’라 설득하면서 운동에 소질 있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흰 띠를 매주고 처음부터 가르쳤습니다(웃음).”

신 감독의 노력으로 어느덧 인도네시아에서 품새는 겨루기 못지않게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로 성장했다. 자카르타 시내의 태권도 도장에는 한국 교민 외에도 수많은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이 태권도 도복을 입고 품새를 연마하고 있다.

로스마니아르도 그렇게 품새를 배우기 시작한 선수 중 하나였다.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였지만 신 감독에게 로스마니아르는 특별한 ‘독종’으로 기억된다.

“2014년 4~7월 한국으로 와 전지훈련을 했어요. 그 와중에 로스마니아르의 아버지가 6월에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슬픔에 빠져있을 줄만 알았는데 장례식만 치르고 다시 돌아와 훈련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선수들 못지않은 근성이 느껴졌죠.”

로스마니아르의 주특기는 최근에 보급된 새 품새. 준결승전에서 종주국의 강자 윤지혜(21·한국체대)를 만나 첫 경연인 공인 품새(고려)에서 0.06점 뒤쳐졌지만 이어서 진행된 새 품새(비각2)에서 3점을 앞서 승부를 뒤집었다. 신 감독은 “새 품새가 부상 위험이 특히 높아 훈련 때부터 많이 걱정됐다. 준결승이 가장 긴장됐지만 한편 가장 짜릿했던 순간 이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에서 계속 품새를 지도할 계획이다.

“9살, 7살배기 두 아들이 있는데, 제가 신경 안 써도 될 만큼 여기서 적응 잘 하고 잘 커줬어요. 이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계속 인도네시아서 우수한 품새 선수들을 길러낼 생각입니다. 하하.”

자카르타=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