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KBO리그 뒤흔든 10년 전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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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14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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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한용덕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한용덕 감독. 스포츠동아DB
한국야구는 18일 개막하는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프로선수들에게 문호가 개방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부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지난 5차례 대회에서 한국야구는 KBO리그 스타들에 일부 해외파까지 망라한 드림팀을 구성해 4차례나 우승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만 3위에 그쳤다. 방심만 없다면 이번에도 충분히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동열 감독이 지휘하는 올해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전원은 KBO리그 소속이다. 우승 시 병역면제 혜택이 주어지지만, 6월 11일 발표 당시의 최종 엔트리 24명 중에선 병역미필자가 7명으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4명) 다음으로 적었다. 선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KBO가 그만큼 최강의 진용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고, 24명의 선수 각자가 소속팀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KBO리그도 이달 1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18일 동안이나 쉰다.

KBO리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2008년 장장 25일(8월 1~25일)에 이르는 긴 여름방학을 보낸 적이 있다. 그해 8월 8일 개막해 24일 폐막한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야구는 예선부터 결승까지 9전승으로 금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당시 두산 사령탑이었던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의 올림픽 선전을 기원하며 KBO와 8개 구단이 전폭적으로 지원한 결과다. 최고 인기스포츠 야구의 올림픽 금메달 덕분에 야구인들은 물론 5000만 국민 모두는 그해 8월의 무더위를 기분 좋게 이겨낼 수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의 여운 속에 2008년 KBO리그는 8월 26일 재개됐다. 혹서기에 무려 한 달 가까이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던 만큼 유독 노장들이 많았던 한화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한화는 올림픽 휴식기 직전인 7월 31일까지 56승46패, 승률 0.549로 3위에 올라있었다. 2위 두산에는 게임차 없이 승률에서만 뒤졌고, 4위 롯데에는 4경기차로 앞서있었다. 또 올림픽 이후로는 불과 24경기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나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투타에 걸쳐 동반 슬럼프에 빠진 한화는 4연패 3차례를 포함해 올림픽 이후 8승16패로 무너졌다. 최종 성적은 64승62패, 승률 0.508로 5위였다. 올림픽 휴식기 전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신했던 한화 구단은 물론 상당수 전문가들이 모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가을잔치는 1위 SK, 2위 두산, 3위 롯데, 4위 삼성의 몫이었다. 정규시즌 4위 삼성(65승61패)과의 간격이 고작 1게임차였기에 당시 한화의 포스트시즌 탈락은 더욱 진하게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KBO리그에선 극강의 선두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의 순위경쟁이 치열하다. 지금대로라면 2위부터 10위까지 최종 순위를 예측하기가 여간해선 쉽지 않다. 특히 가을잔치로 가는 막차 격인 5위 티켓의 주인은 정규시즌이 끝나는 시점까지도 오리무중일 공산이 높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방학을 맞아 한숨 돌리거나 경계심을 늦출 여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구단수도, 경기수도 크게 늘었다. 또 올림픽 방학을 전후로 처지가 크게 뒤바뀐 한화의 사례를 지금의 모든 구단이 타산지석으로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사상 초유의 무더위가 한반도를 불가마로 만든 8월이지만,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이후로도 KBO리그의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또 10년 전 커다란 낭패를 본 뒤로는 가을잔치와 한참 멀어졌던 한화가 올해는 모처럼 힘을 내 상위권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아무쪼록 한화도 끝까지 뒷심을 발휘해 10년 전 맛본 쓰라림을 보상받을 수 있는 올 여름과 가을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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