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막가는 파벌싸움…동계올림픽 비상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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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불과 보름여 앞둔 상황에서 한국의 효자 종목 쇼트트랙에 초비상이 걸렸다.

쇼트트랙 국제대회에서 한국대표팀의 한 코치가 ‘상대파벌 선수의 레이스를 방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돼 큰 파문이 예상된다.

SBS는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월드컵쇼트트랙 3차대회 여자 1500m 경기에서 대표팀의 한 코치가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에게 상대 파벌 선수의 레이스를 방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24일 보도했다.

SBS는 자체 입수한 보고서에 ‘중국에는 져도 좋으니 넘어져서라도 나의 지도를 거부한 모 선수를 막아라’고 적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한 대표 선수는 “(코치가) 중국애들에게 져도 된다. 자존심 싸움이다. 그 선수가 뒤에서 치고나오면 처박고 넘어져도 좋다. 실격당해도 좋다고 말했다”며 ‘레이스방해’ 사실을 시인했다.

방해를 받은 선수 역시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여자대표팀 신예인 그 선수는 “마지막 바퀴를 돌면서 다른 선수들을 모두 추월한 순간 대표팀 동료 선수에게 밀렸다. 잘 들리지 않았지만 뒤에서 뭔가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국제 대회에서 다른 나라 선수도 아닌 같은 한국 선수한테 그런 일을 당한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고 말했다. 그 선수는 동료 선수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냈다.

한편 의혹을 받고 있는 해당 코치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한국팀이지만 우리도 이겨야지. 그 선수도 우리가 앞서 나가면 그냥 주겠어요. 서로 경쟁하는 거지”라며 선의의 경쟁일 뿐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쇼트트랙 대표팀 내의 파벌 싸움은 뿌리 깊은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2명의 코치가 남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각자 담당하는 선수가 따로 있다. 운동하는 시간 역시 나뉘어 있으며 상대 코치의 선수와는 좀처럼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지 않을 정도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파벌훈련’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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