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의 당연하고도 어려운 주문 ‘발이 좋아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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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8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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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충남 천안시 천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파나마의 경기 후반전 기성용이 길게 패스하고 있다. © News1
16일 저녁 충남 천안시 천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파나마의 경기 후반전 기성용이 길게 패스하고 있다. © News1
축구는 ‘발로 공을 차는 것’이 근간을 이루는 종목이다. 머리를 비롯해 손을 제외한 신체 다른 부위를 활용해도 되지만 기본은 발로 공을 다루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인들 표현으로 ‘발이 좋은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모순도 없지만 현실은 그렇다.

물론 꼭 발이 좋은 선수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투쟁심이 좋은 선수, 체구가 좋은 선수 등을 선호하는 지도자들도 적잖다. 특히 수비적인 역할이 많은 포지션은 ‘발’이 최우선 조건이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 하의 대표팀에서는 발이 좋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 9월 초 회견에서 대표팀 선발의 기준을 설명하다 “선수의 신체조건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체격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기술”이라면서 자신이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화려한 테크닉을 갖췄다면 더 좋겠으나 그가 말한 기술의 기본은 ‘발’, 자신이 의도한 곳으로 정확하게 공을 보낼 수 있는 킥력이었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첫 경기부터 지난 16일 파나마전까지 4경기를 통해 자신이 추구할 축구의 밑그림을 그려보였다. 그중 핵심으로 꼽히는 것이 ‘빌드업’ 과정이다.

벤투 감독은 의도적으로 골키퍼-센터백(장현수나 김영권)-중앙MF(기성용이나 정우영)를 거쳐 전방으로 전진하는 과정을 중시했다. 후방에서 확률 떨어지는 롱킥을 지양하고 차근차근 풀어나가려 노력했다. 상대가 칠레나 우루과이였어도 시도했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지향점과 함께 ‘발이 좋은’ 선수들이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16일 저녁 충남 천안시 천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파나마의 경기 후반전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News1
16일 저녁 충남 천안시 천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파나마의 경기 후반전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News1
골키퍼 포지션부터 새로운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신데렐라로 비상한 조현우의 입지가 줄어들고 김승규가 다시 부상하는 분위기다. 신체조건은 조현우가 앞서나 발은 김승규가 낫다는 평이 적잖다. 빌드업의 시발점이 골키퍼임을 고려할 때 수문장 경쟁은 원점에서 다시 진행될 확률이 높다.

수비진도 다르지 않다. 벤투가 세운 골격은 일단 장현수-김영권 조합이다. 두 선수는 이미 전부터 후한 점수를 받은 센터백들이지만 더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수비수이지만 기술을 갖춘, 컨트롤과 킥이 뒷받침되는 영향이 크다.

반면 탁월한 하드웨어와 함께 등장했던 괴물 센터백 김민재는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흐름이다. 파나마전에서 선발 기회를 잡은 김민재는 빌드업 전개에 애를 먹는 모습이 자주 보였고 결국 경기가 급박하게 돌아가던 후반 장현수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높이와 몸싸움에서는 확실한 경쟁력을 보였으나 ‘발’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미드필더진도 새로운 흐름이 형성됐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남태희다. 러시아 월드컵 낙마와 함께 다시 팬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남태희지만 벤투호의 출항과 함께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다. 벤투 감독은 수비력이 좋은 기성용-정우영 두 중앙MF 위에 남태희를 배치하고 있다. 공격적인 재능은 워낙 뛰어나지만 수비력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벤투호에서는 마음껏 발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한 축구인은 “남태희는 2선 중앙 공격수로 최적화된 선수”라면서 “공을 연계해주는 센스가 뛰어나기에 현재 같은 시스템에서는 더 중용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을 전했다. 기술자를 선호하는 벤투 감독 축구에 어울리는 테크니션이라는 의미였다.

짧은 거리 긴 거리를 가리지 않고 명품 패스를 선보이는 기성용이 전술적 구심점으로 재신임됐고, 기성용만큼 킥과 간수 능력이 좋은 정우영이 기성용의 파트너로 낙점되는 것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발’이 좋은 선수들이 입지를 다지는 분위기다.

축구선수에게는 당연한 조건이지만 또 한편으로 어려운 주문이기도 한 ‘발이 좋아야한다’가 최근 대표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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