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쇼트트랙 샛별 최민정… 연습벌레, 책벌레. 기록벌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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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년때 데뷔… 3년만에 두각
해냈다는 성취감에 훈련도 재미… 책은 장르 안가리고 끼고 살아
3년간 쓴 훈련일지 벌써 10여권

최민정은 헬멧을 벗고 사진을 찍자는 말에 머뭇거리다 포즈를 취했다. 수줍음 많은 고교생이지만 헬멧을 쓰고 스케이트를 타는 순간에는 세계 무대를 휘어잡는 승부사로 변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최민정은 헬멧을 벗고 사진을 찍자는 말에 머뭇거리다 포즈를 취했다. 수줍음 많은 고교생이지만 헬멧을 쓰고 스케이트를 타는 순간에는 세계 무대를 휘어잡는 승부사로 변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말주변이 없어서요.”

진짜 그런 줄만 알았다. 중고교생 유망주들과의 인터뷰 때마다 느낀 것은 대부분 질문에 단답형 대답을 하거나 아예 대답을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 나이 때 인터뷰는 부담스럽고 어렵다. 여자 쇼트트랙 ‘샛별’로 떠오른 최민정(16·서현고)과의 인터뷰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28일 오전 서울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그를 만났다. 여자 쇼트트랙 ‘왕별’ 심석희(17·세화여고)와 함께 훈련 중이었다.

이날은 21일 국내에서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 뒤의 휴가를 끝내고 태릉선수촌으로 복귀해야 하는 날이었다. 다음 날부터는 입에 단내가 나는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훈련을 쉬지 않았다.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남들 쉴 때 같이 쉬면 뒤처져요.” 첫 번째 반전이었다.

최민정이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9년 전국소년겨울체전 쇼트트랙에 출전해 질주하고 있다. 최민정 제공
최민정이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9년 전국소년겨울체전 쇼트트랙에 출전해 질주하고 있다. 최민정 제공
그는 이번 시즌 심석희와 함께 월드컵 시리즈를 휩쓸고 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그는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험만 쌓아도 된다는 기대를 넘어서는 성적이었다. 그의 활약에 주위에서는 심석희와 비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언니와 2년 넘게 주말마다 함께 훈련했어요. 선수촌에서 함께 방도 써요. 그런 말이 나올 때마다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운동만 하려고 해요. 경기 때는 석희 언니나 저나 ‘마지막에는 실력대로 하지만 같이 성적을 내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얘기할 정도예요.” 고교생다운 정답을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사이가 좋은 이유를 귀띔해줬다. “제가 케이크 등 달콤한 빵을 엄청 좋아해요. 먹고 싶을 때마다 석희 언니가 빵을 사줘요.” 두 번째 반전이었다.

그는 6세 때 가족과 함께 참여한 겨울방학캠프에서 스케이트화를 처음 신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3년 뒤 전국소년겨울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두각을 나타냈다. 선수 생활이 힘들 법도 했지만 그는 “재미있다”를 반복해서 말했다. “열심히 연습하면 그전에는 안 되던 것도 돼요. 내가 해냈다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아요. 연습이 그래서 좋아요.”

그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금 늦게 답했다. 질문 뒤에는 “음…”이라고 운을 뗀 뒤 3∼5초간의 공백을 둔 뒤 대답했다. 그는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혹시 남에게 오해를 사거나 실수를 할까 봐 신중하게 말하는 것뿐이에요.” 세 번째 반전이었다.

신중한 버릇은 책을 읽는 습관에서 비롯됐다. 외박을 마치고 태릉선수촌으로 들어갈 때면 항상 책을 사서 들어간다. 국제대회 때도 늘 책을 가지고 간다. 그는 책을 정말 좋아한다. 소설, 에세이 등 가리지 않고 읽는다. 이런 모습을 본 어머니는 쇼트트랙 말고 공부를 시킬걸 하는 생각도 든다. 책 읽는 습관은 자연스럽게 일지를 쓰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그는 3년 전부터 매일 일지를 쓴다. 벌써 두꺼운 노트 10여 권이 쌓였다. 그는 “아무리 피곤해도 일지는 꼭 쓰고 잔다. 그날 경기와 훈련 내용 및 잘한 점, 못한 점 등을 적는다”고 말했다.

목표도 확고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이다. “바로 앞의 목표를 잡고 그걸 이루기 위해 매순간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금메달도 꼭 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뒤 ‘반전 소녀’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최민정#쇼트트랙#심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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