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허동혁 “재기 성공 나도 믿기지 않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13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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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던 허동혁은 2년간의 재활을 거쳐 지난달 벨로드롬에 돌아왔다. 그는 재기불능 예상을 깨고 복귀할 수 있었던 비결로 아내의 극진한 간호를 들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던 허동혁은 2년간의 재활을 거쳐 지난달 벨로드롬에 돌아왔다. 그는 재기불능 예상을 깨고 복귀할 수 있었던 비결로 아내의 극진한 간호를 들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2012년 교통사고로 재기불능 판정
2년 만에 부활…복귀 후 5연속 입상
“아내의 간호 덕에 일어설 수 있었다”

지난달 16일 창원경륜 4경주. 반가운 얼굴이 출발대에 서 있었다. 2012년 11월 도로 훈련 중 교통사고로 재기불능 판정을 받았던 허동혁(34·11기)이었다. 허동혁은 당시 사고로 쇄골, 갈비뼈, 척추가 골절됐고, 장기도 손상돼 큰 수술을 받았다. 6개월간 입원했는데, 처음 3개월은 일어나지도 못해 병상에 누워만 있어야 했다. 모두가 더 이상 그를 벨로드롬에서 볼 수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허동혁은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성공, 복귀전에서 우승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인간승리 드라마를 쓰고 있다.

“한 달간 기억이 없을 정도로 교통사고 때 뇌출혈이 심했다. 퇴원 후에도 후유증이 심해 1년간 어지럼증과 구토에 시달렸다. 겨우 몸을 추슬러 지난해 10월 자전거 훈련에 나섰는데, 설상가상 낙차 사고로 어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잇단 불운에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는데, 목사이신 장인의 조언과 새벽 기도로 이겨냈다.”

-복귀하자마자 2연승에 5연속 입상을 했다.

“나 자신도 놀랐다. 본격 훈련을 한 지 겨우 3개월밖에 안됐는데, 몸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회복됐다. 복귀전 때는 2년만의 출전이 아닌 2주만의 출전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오랫동안 우수급에서 활동한 만큼, 자신감을 갖고 선발급 경주에 나선 게 주효했다.”

-자전거와 인연은.

“부끄러운 고백인데, 대전 도마중학교 시절 일진이었다. 잇단 싸움과 말썽으로 퇴학 위기에 처했는데, 막 창단했던 사이클부에 가입하면서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었다. 8개월 만에 전국대회 종합우승을 하며 사이클에 푹 빠졌다.”

-아내 사랑이 남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다니던 교회 목사님의 중매로 만났는데 내겐 과분한 사람이었다. 아내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자라 그곳 영주권이 있고, 공부를 많이 했다. 얼굴도 예쁘고 키도 커서 한 눈에 반했고, 열렬한 구애 끝에 한 달 만에 결혼했다. 올해가 결혼 10년째고 아홉 살 아들, 여섯 살 딸이 있다. 전도유망하던 엘리트 여성이었는데 나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고 전업주부가 됐고,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을 때도 병상을 지키며 간호해줬다.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

-즐기는 음식과 취미는.

“고깃집을 운영하는 어머니가 해주는 돼지갈비를 먹고 경기를 하면 성적이 좋다. 비트가 강한 힙합음악을 즐겨 듣는데, 스트레스를 날리는데 그만한 게 없다.”

-올 시즌 목표는.

“도로종목 출신이라 심폐지구력은 좋은데 순발력은 처진다. 부상 후유증 때문에 아직 한번에 힘을 몰아 쓰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기회가 되면 우수급에 복귀하고 싶다. 그렇지만 ‘지혜롭게 멀리 보자’는 가훈에 맞게 조급해 하진 않겠다. 최고보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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