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플레이어에 ‘티칭프로 자격증’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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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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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본부 둔 골프협회, 30명에 250만원씩 받고 발급… 전현직 회장 등 40명 입건

골프 실력이 80대 후반에서 90대 초반 타수인 회사원 A 씨(42). 티칭프로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A 씨 실력으로는 1년에 세미프로 240명, 티칭프로 100명을 뽑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는 꿈도 꿀 수 없었다. 2009년 A 씨는 지인에게서 “해외에 본부를 둔 F프로골프협회는 투어프로는 78타, 티칭프로는 87타(가장 긴 챔피언 티 기준) 이내만 치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곧바로 티칭프로 선발전에 도전했지만 경기위원이 지켜보자 가슴이 떨려 90대 초반을 치는 데 그쳤다. 이후에도 2차례 더 도전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2010년 그는 F프로골프협회 한국지부 간부인 B 씨(45)에게서 “250만 원만 내면 선발전 없이 자격증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계좌로 돈을 부쳤더니 티칭프로 자격증(사진)이 나왔다. A 씨는 이 자격증으로 부산 모 골프연습장 티칭프로로 취직했다. 연습장에서 수강생에게 실제 스윙 시범을 보이기보다 주로 “헤드 업(머리 들기) 하지 말라. 힘 빼고 부드럽게 치라”는 일반적인 말만 강조했다.

업무상 골프를 자주 치는 자영업자 C 씨(50). F프로골프협회에 돈을 내면 티칭프로 자격증은 물론이고 협회와 협약을 맺은 국내 및 중국, 일본 등지에 있는 80여 개 골프장에서 절반가량으로 요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250만 원을 보냈다. A와 C 씨 등 티칭프로 준비생, 자영업자, 회사원 등 30명이 이런 방법으로 자격증을 땄다. 30명 중 10여 명은 실제 골프연습장 티칭프로로 취직했다. F프로골프협회는 2009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력이 안 돼 프로심사를 통과할 수 없는 이들에게서 1인당 250만 원씩, 모두 7500만 원을 받고 자격증을 발급해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자격증 구매자는 실제로 상당수 골프장 이용 시 할인 혜택을 누렸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일 자격증 장사를 한 혐의(배임수재)로 F프로골프협회 한국지부 D 회장(49) 등 전현직 회장과 지부장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돈을 주고 자격증을 산 혐의(배임증재)로 A 씨 등 30명도 입건했다. 티칭프로의 자격 기준이 80타가량인 또 다른 프로골프협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 수사하기로 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티칭프로 자격증#사건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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