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김상남의 실제모델인 성심학교 박상수 감독(사진)은 이와는 반대다. 이제는 역사 속에만 존재하는 쌍방울 레이더스 출신에, 프로선수로는 빛을 보지 못했다.
2002년부터 성심학교에 몸담았으니, 이제 딱 10년차. 수화에도 능숙하고, 선수들의 눈빛만 봐도 그 심정을 읽는 수준이다.
박 감독은 “성심학교에서 야구는 교육의 장”이라고 했다. 청각장애학생들은 주로 배려를 받는 것에 익숙해 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쉽다.
그래서 다른 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도 벌어진다. 한 번은 버스가 2시에 출발한다고 했더니 딱 2시가 되어서야 몇몇 선수들이 나타났다.
지각한 선수들은 모두 도보로 이동을 시켜 확실한 경고의 메시지를 줬다. 빨래를 한 뒤 널어놓은 감독의 속옷을 몰래 입는 선수도 있고, 자기가 버리지 않은 쓰레기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성심학교 선수들은 야구를 통해 동료를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희생번트나 희생플라이를 알아갈 때가 가장 기쁘다”고 했다.
이들은 예의범절과 시간약속 준수 등 삶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도 배트와 공을 만지며 배웠다. 그래서 박 감독은 방학시즌이 되면, 친아들을 불러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게 한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는 야구를 통해 허물어진다. ‘더불어 사는 삶.’그것이 충주성심학교 야구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충주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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