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계 숨은 골프 고수들…선동렬 파4홀서 홀인원

  • 입력 2003년 3월 5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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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렬코치(주니치 드래건스)는 미국PGA투어에서도 단 한번밖에 나오지 않은 파4홀 홀인원을 기록할 정도로 괴력의 장타자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선동렬코치(주니치 드래건스)는 미국PGA투어에서도 단 한번밖에 나오지 않은 파4홀 홀인원을 기록할 정도로 괴력의 장타자다.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 축구를 세계 4강에 올려 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57). 그는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이 이뤄진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성원을 보내준 관중을 향해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감사의 인사를 하며 감격을 함께 했다.

히딩크 감독이 공개석상에서 공손하게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인사를 한 것은 이 때가 처음. 하지만 이보다 훨씬 전 히딩크 감독이 국내 축구인 한 사람에게 머리를 깊이 숙인 적이 있다.

무더웠던 2001년 7월1일. 히딩크 감독은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전무(57), 그리고 몇몇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휴식겸 골프를 하러 갔다. 골프가 취미였던 히딩크 감독은 틈이 나면 스페인의 별장에서 쉬면서 골프를 즐기는 골프광. 선진축구를 전수하러 한국에 온 그로서는 골프를 하러 가면서도 “한국의 축구인들쯤이야…”라는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를 일. 히딩크 감독은 조 전무에게 자신있게 스킨스게임을 제안했다.

▼조중연 축구협회 전무 ▼김문일 전 테니스대표 감독 ▼이충희 고려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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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8홀 승부의 결과는 조 전무가 단 한 홀도 지지 않고 완승을 거둔 것. 이날 조 전무의 스코어는 2언더파 70타. 히딩크 감독은 83타. 경기가 끝난 뒤 조 전무의 바지 뒷주머니에 꽂혀 있는 스코어카드를 잽싸게 가로챈 히딩크 감독은 다음날 축구회관의 조 전무 사무실을 방문해 액자에다 깨끗하게 넣은 스코어카드를 바치며 90도 각도로 머리를 숙여 존경을 표시했다.

골프 회동 이후 사이가 더욱 가까워진 조 전무와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어려울 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맞춘 끝에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뤄냈다.

이처럼 골프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로서 세계 공통어인 동시에 체력과 정신력을 강화시켜주는 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운동에 기본 소질이 있는 각 분야의 많은 스포츠맨들이 골프를 취미로 즐기고 있다.

그렇다면 각 분야 스포츠맨들 중 최강의 골퍼는 누구일까.

축구계 최강자인 조 전무는 구력 17년의 준프로급 골퍼. 월드컵을 전후로 바쁜 일정 때문에 자주 필드에 나가지 못한 탓에 요즘은 핸디 5∼6을 오르내리지만 연습만 제대로 하면 언더파로 경기를 마무리한다.

그의 맞수로 꼽히는 김문일 전 국가대표테니스 감독(56·현 경일산업개발 대표이사)은 30년전 호주 유학 시절 골프를 시작한 테니스계의 최고수 골퍼. 조 전무와 종종 라운딩을 하며 팽팽한 승부를 펼치는 그는 핸디 5에 모 스포츠지 자선골프대회에서 두 차례나 69타를 기록하며 메달리스트를 한 경력이 있다.

김 대표는 “테니스와 골프는 하는 방법이 달라 상극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테니스나 축구 등 운동을 한 사람들은 하체가 강하기 때문에 그만큼 안정된 자세를 갖게 되고 운동 신경이 발달돼 있기 때문에 골프를 빨리 정확하게 습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계에서는 선동렬 주니치 드래건스 코치(40)가 단연 ‘국보급 골퍼’. 엄청난 강속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장타는 프로골퍼들도 혀를 내두른다.

지난해 4월 아시아나골프장 남코스 9번홀(파4)에서 드라이브로 친 티샷이 무려 325m를 날아가 홀컵에 빨려들어가는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적이 있을 정도. 파4홀 홀인원은 미국프로골프(PGA) 대회에서조차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 진기록이다.

골프와 비슷하게 손목 스냅을 써서 슛이나 패스 등을 하는 아이스하키는 골프와 유사한 운동. 이 때문에 아이스하키인 중에는 단시일내에 싱글골퍼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 오일뱅커스의 이재현 감독(47)은 핸디 5의 실력파로 컨디션이 좋은 날은 종종 언더파를 기록한다.

장신의 농구인들도 골프라면 맥을 못춘다. 농구계에서는 이충희 고려대 감독(45)과 김동광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 감독(52)이 최고수로 꼽힌다. 이충희 감독은 세미프로골퍼 테스트에 응시할 생각을 할 정도로 뛰어난 골프 실력을 과시한다. 김 감독은 80대의 타수를 기록하지만 300야드를 넘게 나가는 장타력과 정교한 퍼팅력을 아울러 갖추고 있어 스킨스게임에서는 불패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프로농구 SK 나이츠의 최인선 감독(53)과 TG의 전창진 감독(40)도 80타 전후의 싱글골퍼. 특히 최 감독은 ‘폼이 예술’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깨끗한 골프 스윙으로 주위의 감탄을 자아낸다고.

그러나 어찌 이들 뿐일까. 기본적으로 운동 신경이 뛰어난 스포츠 스타들중에는 프로골퍼를 뺨치는 숨은 고수들이 무수하게 많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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