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스토리] ‘호랑이 삼촌들’과 PS에서 만난 이정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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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포스트시즌 신한은행 MYCAR’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넥센 이정후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포스트시즌 신한은행 MYCAR’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넥센 이정후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09년 7월 25일 KIA 타이거즈의 옛 홈 구장이었던 광주 무등구장에서 KBO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당시 전국에서 모인 야구 스타들은 경기 전 초롱초롱 눈이 빛나는 두 명의 소년을 바라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클리프 브룸바의 큰 아들 케이든(당시 6세)과 KIA 타이거즈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당시 11세)가 주인공이었다. 둘은 각자 자신의 글러브를 준비해 올스타전을 앞둔 아빠 앞에서 씩씩하게 캐치볼을 했다.

케이든은 한국 나이로 초등학교 1학년 또래였지만 프로선수들이 감탄사를 터트릴 정도로 강한 공을 던졌다.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이정후는 큰 눈이 귀여운 소년이었지만 이미 성인 야구선수처럼 정확하게 공을 던졌다. 혹여 자신보다 동생인 케이든이 다칠까 상대 글러브에 쏙쏙 들어가는 공을 참 예쁜 폼으로 던졌다. ‘스윙도 해보라’는 주위 성황에 아빠와 달리 왼쪽 타석에 서서 경쾌하게 방망이를 돌리기도 했다. 박수가 절로 나왔다.

당시 이정후는 종종 아빠의 손을 잡고 야구장으로 왔다. 삼촌들은 한 해 한 해 놀라울 정도로 야구실력이 쑥쑥 성장하는 조카를 참 귀여워했다. “나중에 아빠(이종범) 보다 야구 잘 하겠소”라는 말도 자주 들렸다. 인상 깊었던 점은 초등학교 학생이 텅 빈 덕아웃에서 매우 진지한 눈빛으로 프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순간이었다.

1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정후(20·넥센 히어로즈)는 당당히 국가대표 주전 리드오프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8년 자신의 첫 번째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16일 고척에서 치른다. 상대는 아버지의 친정팀 KIA다. KIA에서 이종범의 등번호는 영구결번이다.

한참이나 고개를 올려 바라봐야 했던 듬직한 삼촌들과, 형들은 이제 상대팀의 선수가 됐다. 2009년 그날 이정후의 눈앞에서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됐던 고졸신인 안치홍, KIA의 미래로 꼽혔던 좌완 양현종 모두 한 가족과도 같았던 형들이었지만 이제는 그들과 맞서 물러 설 수 없는 가을야구 승부를 펼쳐야 한다.

이정후는 15일 생애 첫 가을잔치 무대를 앞둔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KIA에는 치홍 형 등 어렸을 때부터 잘 챙겨주고 많은 것을 가르쳐준 고마운 형과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다. 양현종 선배도 그랬다. 프로선수가 되고 함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으면서 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인지 직접 알 수 있었다. KIA를 상대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르게 돼 기대가 되고 설렌다.”

고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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