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잡이 3총사, 눈을 못보겠어” 최강희 감독의 행복한 푸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21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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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수가 많으면 감독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에두~김신욱(왼쪽부터)이라는 다양한 매력의 스트라이커들을 놓고 매번 누구를 출전시킬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좋은 선수가 많으면 감독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에두~김신욱(왼쪽부터)이라는 다양한 매력의 스트라이커들을 놓고 매번 누구를 출전시킬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동국 에두 김신욱 모두 기량 절정
투톱 시도도 해봤지만 맞지않은 옷
출전시간 보장 못해 미안한 마음만


“여름이든 뭐든, 지금은 그저 경기수가 많았으면 좋겠다.”

전북현대 최강희(58) 감독은 7월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2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시선이 향한 곳은 최전방 진용.

대부분 팀들은 부족해서 힘겨운데, ‘닥공(닥치고 공격)’을 기치로 한 전북은 넘쳐나는 옥석들로 어렵기만 하다. 토종 베테랑 스트라이커 이동국(38), ‘브라질 특급’ 에두(36), 장신(197.5cm) 골게터 김신욱(29) 등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쟁쟁한 자원들이 포진했다.

최 감독은 “항상 미안하다. 팀 미팅 때 선수들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정도”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출전시간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없는 탓이다.

전북 이동국. 사진제공|전북현대
전북 이동국. 사진제공|전북현대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자 다른 성향의 골잡이 3총사 가운데 누굴 투입하더라도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전부 최상의 몸 상태를 자랑한다. 워낙 자기관리가 뛰어난 터라 혹서기를 보내면서도 지치지 않는다. 서서히 끌어올려가던 페이스는 지금 정점에 가깝다.

이날 광주전에서 이동국과 에두는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선발 원 톱으로 출격한 에두는 전반 11분 멋진 헤딩슛으로 시즌 7호 골을 뽑았다. 이동국은 팀이 2-1로 앞선 후반 41분 침착한 헤딩 패스로 이승기의 3번째 쐐기 포를 배달했다. 이동국과 함께 후반 교체 투입된 김신욱도 후반 추가시간 득점에 성공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 처리됐다. 김신욱의 골이 인정됐더라면 전북의 최전방 3총사가 전부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전북 에두.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에두.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다른 팀이라면 충분히 붙박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보배들. 기다림의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최 감독은 올 시즌 전반기까지 투 톱을 종종 활용해왔다. 3명 가운데 2명이 먼저 뛰고, 1명이 교체 투입된다면 충분히 이상적인 그림이 완성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투 톱은 전북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투 톱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려면 2명 중 1명은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재 멤버들의 조합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고육지책으로 최 감독은 주중∼주말 시리즈가 계속된 최근 들어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이례적으로 ‘선발 예고제’를 택해 매 경기 공격수 1명씩 차례로 선발 투입해왔다. 12일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에 김신욱이, 16일 상주상무 원정은 이동국이 먼저 나섰고 19일 광주전을 에두가 먼저 뛰는 형태였다. 나름 재미도 봤다. 김신욱과 에두가 나란히 1골씩, 이동국은 어시스트 2회를 찍으며 각자 기록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전북 김신욱.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김신욱.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22라운드까지 소화한 현재 김신욱은 9골, 에두는 7골·1도움이다. 특히 에두는 올해를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기에 매 경기가 더 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동국은 3골·2도움으로 가장 부족한 듯 하나 K리그 통산 200골이라는 대기록과 70(골)-70(도움) 클럽 가입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앞으로 5골·2도움만 추가하면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다. 최 감독이 “선수 개개인을 놓고 보면 이것저것 (의미들이) 얽혀있다. ‘미안하다’는 말도 한 두 번이지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고 기분 좋은 푸념을 한 까닭이다. 이제 시선은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클래식 23라운드 FC서울 원정으로 향한다. 스플릿 라운드 돌입에 앞선 두 팀의 마지막 대결이다.

올해 1차례씩 승리를 주고받은 터라 관심은 더욱 크다. 최전방 로테이션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전북은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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