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선수로 내몰린 恨 우승으로 보상 받겠다” 최태웅-한수지-나혜원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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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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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자유계약선수(FA)로 대박을 터뜨리며 팀을 옮길 때 다른 누구는 마음을 졸인다. 보호선수라는 울타리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원치 않아도 팀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보호선수가 될 것으로 믿었다면 충격은 더 크다.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그들의 이름 앞에는 ‘보상선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프로농구 KCC는 2007∼2008시즌을 앞두고 삼성에서 뛰던 서장훈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다. 삼성은 기다렸다는 듯 보상선수로 이상민을 낙점했다. 그를 보호선수로 묶지 않은 KCC는 한동안 팬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충격을 받은 이상민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2009∼2010시즌 이후 프로배구에서는 3명의 보상선수가 나왔다. 2010년 삼성화재 세터 최태웅이 현대캐피탈 선수가 됐고, 현대건설 세터 한수지가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특히 실업 시절부터 삼성화재의 주전 세터로 숱한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최태웅이 박철우의 보상선수로 팀을 옮긴 것은 ‘제2의 이상민 사태’라고 불릴 정도로 뜨거운 이슈였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에는 GS칼텍스 나혜원이 FA 한송이의 보상선수로 흥국생명 멤버가 됐다. 프로배구 보호선수는 FA를 포함해 3명으로 사실상 2명이다.

반환점을 돈 올 시즌 프로배구에서 이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적 첫해였던 지난 시즌 림프암으로 투병하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최태웅은 올 시즌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세트 평균 세트(토스)가 10개로 이 부문 5위지만 오랜 경험이 녹아 있는 절묘한 세트는 상대의 허를 찌르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에 이어 다시 보상선수로 팀을 옮긴 한수지는 처음으로 우승을 노린다. 인삼공사 박삼용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한수지와 몬타뇨의 호흡이 맞지 않아 고전했다. 적응 기간을 거친 한수지가 제 몫을 하는 게 선두를 달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2005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나혜원은 팀을 옮긴 게 되레 도움이 됐다. 붙박이 주전을 꿰찼기 때문이다. 그는 올 시즌 득점 9위(국내 선수 4위)에 오르며 용병 미아와 함께 2위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30%대였던 공격 성공률도 40%대로 끌어올렸다.

‘보상선수 삼총사’가 원치 않게 팀을 옮긴 아쉬움을 새 둥지에서 우승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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