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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변경을 가다]<下>헤이룽장 성 쑤이펀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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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변경을 가다]<下>헤이룽장 성 쑤이펀허

입력 2008-08-08 02:54수정 2009-09-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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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뺏긴 연해주, 경제로 되찾자” 야심찬 東進

상품-노동력 ‘인해전술’… 무역액 10년새 1000배로

“물건 싸고 질 좋다” 국경 넘어온 러 쇼핑객들 북적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에는 쑤이펀허(綏芬河) 둥닝(東寧) 퉁장(同江) 만저우리(滿洲里) 헤이허(黑河) 후린(虎林) 등 러시아와의 변경 무역도시가 많다. 이 중 연해주와 접한 쑤이펀허는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해 헤이룽장 성의 대(對)러시아 무역에서 30%를 차지한다. 연해주와의 무역액은 1997년 415만 달러에서 2007년 46억3000만 달러로 무려 1000배 이상 늘었다. 쑤이펀허는 이제 중국이 청나라 말기 러시아에 빼앗긴 연해주를 ‘중국의 경제 영향권’으로 다시 흡수해 동진(東進)하기 위한 교두보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속의 러시아, 쑤이펀허

지난달 초 찾아간 쑤이펀허 중앙광장 옆 쉬성(旭升)호텔. 투숙객 300여 명 중 250여 명이 러시아인이었다.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퉁톈루(通天路)를 따라 늘어선 상점과 호텔의 간판은 마치 ‘러시아 자치주’에 온 듯했다. 한자와 러시아어로 병기되거나 아예 러시아어만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 거리에서 ‘멋쟁이 청바지’라는 뜻의 러시아어 간판을 걸고 가게를 운영하는 징하이솽(景海雙·23·여) 씨는 “고객이 모두 러시아인이라 중국어 간판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형 상가인 칭윈(靑云)시장과 하이톈(海天)시장 앞에는 러시아 루블 환전상 수십 명이 앉아 러시아인을 상대로 돈을 바꿔주고 있었다.

밤에 찾은 한 뷔페식당은 손님 500여 명이 대부분 러시아인이고, 식당 간판이나 명함 어디에도 중국어는 한 글자도 없다. 시간이 무르익자 러시아 가수가 나와 러시아 노래를 불렀다.

쑤이펀허의 거리 곳곳에는 러시아어 학원 간판도 흔하다. ‘쑤이펀허 번역학교’ ‘직업고중’ 등 2년 반 과정의 대학도 4개, 일반 학원은 100여 개다.

길거리에서 러시아어 통역을 해주고 팁을 받는 ‘길거리 통역’도 흔하다. 하얼빈(哈爾濱)의 헤이룽장 성 대학 러시아과 졸업생인 덩하이루이(鄧海瑞·22) 씨는 “일거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빨려드는 연해주

중앙광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와뤄자 씨는 “남편과 함께 올해 두 번째로 왔다”며 “가격에 비해 질이 좋은 물건이 많아 관광과 쇼핑을 하며 며칠씩 머물다 간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러시아인의 상당수는 연해주까지 물건을 들어다 주고 돈을 받는 ‘포모가이카’(심부름꾼이란 뜻)다. 한 사람이 무관세로 중국에서 연해주로 반입할 수 있는 화물이 35kg(지난해까지 50kg). 연해주의 수입상들이 포모가이카를 통해 물건을 반입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심부름을 부탁하는 연해주의 수입상은 대부분 연해주에 진출한 중국 상인이다. 연해주 경제가 중국 영향권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모가이카로 한 번 오가면 최고 4000루블(약 15만 원)을 번다고 한다.

샤샤(21) 씨는 우수리스크의 한 방송국에 근무하는 직장인. 그는 “여동생 2명과 삼촌, 숙모 등 4명과 함께 왔다”며 “물가가 상대적으로 싼 이곳으로 여행도 하고 가족이 포모가이카로 돈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쑤이펀허와 연해주를 오가는 러시아인은 하루 두 차례 왕복하는 기차로 1400∼1500명, 버스로는 3000∼4000명에 이른다. 연해주 재래시장을 뒤덮고 있는 중국산 제품은 이렇게 하루 5000명 이상이 들고 나가는 ‘비공식 수출품’이다.

○연해주의 고민

연해주는 물가가 중국보다 2∼3배나 높아 중국산 덕분에 서민 생활은 다소 안정을 찾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과 중국인 노동자에게 위협도 느낀다. 중국 동북3성 인구만도 1억3000만 명이지만 연해주는 한반도 면적에 인구는 200여만 명에 불과하다.

연해주 당국이 중국인 진출을 억제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러시아로 오는 중국인들의 비자를 3개월, 6개월, 1년짜리로 나눠 발급하고 있다. 1년짜리 비자도 전후반 180일 중 각각 90일은 중국에 머물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라도 중국인이 직접 판매원으로 일하지 못하도록 했다.

우수리스크 출신으로 쑤이펀허의 학원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와레지나 베드로프나(38) 씨는 “중국인이 몰려오면서 일자리를 잃을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쑤이펀허=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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