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컸나… 음바페 ‘과속 스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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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전 특유 스피드 앞세운 드리블로 만점 활약 펼쳐 최고평점 받았지만
후반 막판 이해할 수 없는 시간끌기… 상대 자극하고 옐로카드까지 받아
“네이마르에 배웠나” “이게 선수냐”… 비난 쏟아지며 실력도 퇴색될 위기

티에리 앙리가 아닌 네이마르의 후예?

프랑스를 20년 만에 월드컵 결승으로 이끈 킬리안 음바페(20)가 비신사적 플레이로 비난을 받고 있다. 16강전에서의 원맨쇼 활약으로 음바페를 ‘제2의 펠레’ 혹은 ‘제2의 앙리’ 및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잇는 새로운 스타에 비유했던 외신들은 여전히 그의 기량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조롱거리가 된 ‘네이마르 같다’고 비판하거나 “음바페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은 결승전까지 미루겠다”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 후반 추가시간에 보여준 시간 끌기가 문제였다. 이날 주어진 추가시간은 6분. 그중 1분 44초가 흐른 뒤였다. 경기 초반 파상적인 공격을 퍼부었던 벨기에는 경기 중후반 프랑스의 수비에 막혀 활로를 뚫지 못했다. 총공세로 나선 벨기에로서는 1초가 급한 때였다. 벨기에 수비수들이 공을 몰던 음바페를 압박했고 공은 음바페의 발을 맞고 터치라인 밖으로 나갔다. 공을 주운 건 음바페였다. 상대 선수에게 공을 건네주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음바페는 놀리듯 공을 허리 뒤로 돌린 뒤 상대에게 주지 않고 그라운드 바닥으로 굴렸다. 이어 그라운드로 들어가 장난치듯 이리저리 공을 몰았다. 공을 건네주는 줄 알고 기다렸던 벨기에 선수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려가 음바페를 밀쳐 쓰러뜨렸다. 천금같은 10초가 더 지난 때였다. 심판은 음바페에게 고의 경기 지연으로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음바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벨기에 선수들을 불쾌하게 했다면 사과한다. 어쨌든 난 결승전에 올랐다”라고 한 데 이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꿈같은 일”이라고 글을 남기며 결승 진출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축구팬들은 분노했다. 음바페가 승리의 기쁨을 적은 트위터에는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글이 달렸다. 아직 어린 선수니 지켜보아야 한다는 글도 있었지만 중국어로 된 “이게 선수냐”는 글에서부터 “경기를 존중하라” “네이마르 경기 좀 보고 반대로 행동하길” 등 비난조의 영어 댓글이 많았다.

특히 음바페는 프랑스리그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브라질의 네이마르와 함께 묶여 비난을 받고 있다. 네이마르는 이번 월드컵에서 과장된 액션으로 거센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네이마르 하다(Doing a Neyma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프랑스 대표팀 출신 스타플레이어였던 알랭 지레스는 “음바페가 (파리 생제르맹) 팀 동료 네이마르에게 다이빙을 배운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날 음바페는 상대의 집중 마크를 받으면서도 순간순간 번뜩이는 개인기를 발휘했다. 후반 10분에 보여준 양발을 사용한 순간 볼 컨트롤과 힐 패스는 경기가 끝난 후에도 화제가 될 만큼 감각적이었다. 특유의 스피드도 여전했다.

유럽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음바페에게 이날 결승골을 넣은 사뮈엘 움티티(7.9점)보다 높은 8.4점을 부여했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이다.

그러나 시간 끌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재능과 인성은 별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의 시간 끌기 행위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부각됐다. 음바페는 우루과이와의 8강전 후반 상대 선수 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와 살짝 부딪쳤는데 심하게 바닥을 굴렀다. 결국 우루과이 선수가 빨리 일어나라고 음바페를 잡아채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양 팀 선수들이 격렬한 말다툼을 벌여 경기가 2분 30초가량이나 지연됐다. 이때도 음바페는 로드리게스와 함께 경고를 받았다.

세계인이 지켜보는 꿈의 무대에서는 실력으로만 사랑받는 스타가 되기는 힘들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프랑스#음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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