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발 지옥레이스 생존자, 이젠 그들끼리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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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기 양궁대표 최종선발전, ‘바늘구멍’ 남녀 4명씩 통과
‘리우올림픽 전관왕’ 위업 6명 중 김우진-장혜진만 남녀 1위로 남아
2명씩만 개인-단체전 모두 출전… 최종엔트리 놓고 내부경쟁 돌입

“양궁은 태극마크 다는 게 올림픽 금메달 따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16일 충북 진천선수촌 양궁장에서 막을 내린 2018 양궁 리커브 국가대표 2차 평가전.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할 남녀 국가대표를 뽑는 이번 대회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이날은 남녀 4명씩 8명의 선수가 최종 선발됐다. 그런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전관왕(금메달 4개)의 위업을 달성했던 6명의 멤버 가운데 살아남은 선수는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우진(26·청주시청)과 여자 2관왕 장혜진(31·LH) 두 명뿐이다. 둘은 각각 남녀부 1위에 올랐다. 이 밖에 남자부에서는 이우석(21·국군체육부대) 오진혁(37·현대제철) 임동현(32·청주시청)이, 여자부에서는 이은경(21·순천시청) 강채영(22·경희대) 정다소미(28·현대백화점) 등이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 10만 발의 법칙

양궁 대표 선발전은 엄격하고, 까다롭고, 공정하기로 유명하다. 대한양궁협회는 지난해 9월 1차 선발전을 열었다. 기준기록을 통과한 279명의 선수가 출전해 남녀 12명씩 24명이 2차전에 진출했다. 이들은 11월에 열린 2차 선발전에서 지난 시즌 국가대표 16명과 함께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여기서 남녀 8명씩이 선발됐다. 리우 올림픽 남자 2관왕 구본찬과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이승윤,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를 딴 여자 양궁 간판 기보배 등이 탈락했다.

이후 2차례 평가전을 치러 아시아경기 남녀 대표를 최종 선발했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미선은 7위로 탈락했다. 반면 이우석과 이은경은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국제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게 됐다. 두 달 전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이우석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와 리우 올림픽 때는 모두 한 등수 차이로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마침내 태극마크를 달게 된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성훈 대표팀 총감독은 “선발전에서만 약 6000발의 활을 쏜다. 연간 10만 발 정도를 쏜 선수만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대표 선발은 끝이 아닌 시작

이날 국가대표가 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진정한 내부 경쟁은 지금부터다. 아시아경기에서 개인전은 한 국가당 2명만 나갈 수 있다. 단체전 엔트리는 3명이다. 즉, 남녀 4명 중 1명씩은 후보라는 의미다.

협회는 이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제1차 월드컵 등 세 차례의 월드컵과 아시아경기 예선까지의 성적을 합산해 최종 엔트리를 결정한다. 4명 중 상위 2명은 개인전과 단체전에 모두 출전하고 3위는 단체전에만 나선다. 4위는 예선 경기가 끝이다.

아시아경기 본선에 서기까지는 단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다. 치열한 선발전은 끝났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17일 훈련을 재개한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진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양궁#양궁 국가대표 평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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