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인생 끝나는 줄 알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진 털고 JLPGA 첫 승 김하늘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첫 승을 거두고 귀국한 김하늘이 22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골프공을 던지며 활짝 웃고 있다. 양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첫 승을 거두고 귀국한 김하늘이 22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골프공을 던지며 활짝 웃고 있다. 양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다시는 우승 못 하고 끝나는 줄 알았다. 골프를 관두려고까지 했는데 이런 날이 찾아와 날아갈 것 같다.”

김하늘(27·하이트진로)은 동료 선후배, 골프 관계자들에게서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구자용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은 “큰 추석 선물을 안고 왔다”며 반겼다. 밀려드는 인파 때문에 인터뷰 장소를 옮겨야 했다. 22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YTN 볼빅오픈 프로암대회가 열린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김하늘을 만났을 때였다.

그는 20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먼싱웨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귀국했다. 국내 투어 통산 8승을 거두며 2차례 상금왕에 올랐던 김하늘은 올 시즌 큰 기대를 품고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번에 첫 승을 거둘 때까지 극도의 부진에 허덕였다.

지난달까지 17개 대회에서 톱10 진입은 한번도 없었다. 상금 랭킹이 60위권에 머물며 50위까지 주는 내년 시즌 출전권 유지도 힘들어 보였다. 김하늘은 “일본 골프장은 페어웨이 양끝에 아름드리 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티박스에 서면 위축되고 답답했다. 티샷이 불안하다 보니 모든 플레이가 제대로 안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 자주 들었던 얘기가 ‘하늘상 보시(하늘 씨 모자)’였다. 클럽하우스에서는 모자를 벗으라는 거였다. 우의도 입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데다 한일의 골프 문화 차이에 애를 먹었다는 의미.

마음고생으로 숙소에서 혼자 수도 없이 울었다는 김하늘은 국내 컴백의 기로에서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2주 전 JLPGA선수권 대회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던 부모와 떨어져 혼자 투어 생활에 들어갔다. “아빠랑 같이 다닐 때는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고 훈련도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다. 혼자 빨래, 식사 등을 챙기면서 책임감이 강해졌다. 퍼팅 연습을 하루에 3시간씩 했다. (신)지애 코치님이 나보고 달라졌다고 하더라. 새롭게 골프를 느끼게 됐다.” 티샷을 바로잡은 계기는 이달 초 출전했던 KLPGA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이었다. 대회 코스의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너무 길어 정확도를 높이는 데 치중하는 효과를 봤다는 게 김하늘의 설명.

김하늘은 JLPGA선수권에서 시즌 처음으로 10위 이내(공동 5위)에 들며 자신감을 되찾은 뒤 처음으로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상금 랭킹도 25위로 끌어올렸다. “편하게 남은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골프 인생의 후반전이 비로소 시작된 것 같다.” 김하늘의 환한 미소가 가을 하늘처럼 밝았다.

양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하늘#jlpga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