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과 ‘8번 아이언’, 아칸소 챔피언십 기적 같은 우승 일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9일 16시 26분


코멘트
마지막 날 최나연(28·SK텔레콤)의 퍼팅은 번번이 홀을 빗나갔다. 2~3m 안팎의 짧은 퍼팅을 계속 놓치면서 선두 자리도 내줬다. 하지만 최나연에게는 퍼팅을 할 필요가 없는 마법의 무기가 있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8번 아이언이었다.

최나연이 그림 같은 두 차례의 8번 아이언샷을 앞세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NW아칸소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29일 미국 아칸소 주 로저스의 피너클 골프장(파71·6374야드)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 전날까지 2위에 2타 앞선 단독 선두였던 최나연은 이날 13번홀까지 퍼팅 난조를 보이며 1타를 잃고 있었다. 순위도 2위로 내려앉았다.

분위기를 단숨에 바꾼 것은 16번홀(파4)에서 나온 샷 이글이었다. 3번 우드로 티샷을 한 뒤 핀까지 남은 거리는 145야드. 최나연은 주저 없이 8번 아이언을 꺼내들었다. 핀을 향해 날아간 공은 그린 위에서 한 번 튕기더니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숨에 2타를 줄인 최나연은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최나연은 경기 후 “어떤 클럽이 가장 좋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8번 아이언이라고 답한다. 8번 아이언으로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일정하게 140~145야드를 보낸다. 오늘도 임팩트 순간의 느낌이 좋았다. 갤러리들이 박수를 쳐 핀 주위에 잘 붙었나보다고 생각했는데 확인해 보니 홀에 들어가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뻤다”고 말했다.

승리의 여신이 최나연 편이었던 이유는 다음 17번홀(파3)의 거리 역시 145야드였기 때문이다. 최나연은 다시 한 번 8번 아이언으로 샷을 했고, 이번에는 홀컵 바로 옆에 공이 붙었다. 가볍게 탭인 버디를 성공시킨 최나연은 이날 경기 시작 때처럼 다시 2타 차 선두가 됐다. 그는 “공교롭게 17번홀에서도 거리를 재보니 똑같은 거리가 나와 같은 클럽으로 쳤다. 직전 홀 샷이 너무 좋아 그 느낌 그대로 쳤다”고 설명했다.

최나연은 18번홀을 파로 막아 최종합계 15언더파 198타를 기록하며 2위 미야자토 미카(일본·13언더파 200타)를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월 개막전인 코츠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시즌 2승이자 LPGA 통산 9번째 우승이었다. 최나연은 “사실 퍼팅이 좋지 않았는데 8번 아이언 덕분에 퍼트 없이 우승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내가 생각해도 기적 같은 대회였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3억 4000만 원)를 추가한 최나연은 LPGA 투어 사상 10번째로 통산 상금 1000만 달러도 돌파했다. 이날까지 그가 번 상금은 1023만 6907달러(약 115억 원)다.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1256만 3660달러), 박인비(1137만 3484달러)에 이어 세 번째다.

최나연은 “이번 시즌을 시작할 때 통산 상금 1000만 달러 돌파도 목표 중에 하나였다. 상금 액수를 떠나 박세리, 박인비라는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이름이 올랐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남은 목표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꼽은 그는 다음달 9일 개막하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 출전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