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여자가 남자 왜 못 넘나

  • 입력 2008년 9월 22일 0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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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공불락 性벽…근력 차이가 빚는다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육상 종목은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세계 신기록이 쏟아졌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은 지구촌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우사인 볼트는 베이징이 낳은 최고 스타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여유 만만한 모습과 우승 후 카메라 앞에서 활 시위를 당기는 듯한 세리머리를 펼쳐 또 한번 눈길을 끌었다. 국가별로는 전통의 강호 미국이 퇴조한 반면 자메이카가 강국으로 급부상한 것이 특징 중 하나이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는 5.05m의 세계 기록을 경신했고, 여자 마라톤에서는 38세의 콘스탄티나 토메스쿠(루마니아. 2시간 26분 44초)가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물리치고 우승 테이프를 끊었다.

그렇다면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드러난 기록 중 남여의 기록 차이는 얼마나 벌어졌을까.

스포츠과학의 도움과 기량의 급성장으로 남녀의 기록차이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아직까지 뒤집힌 경우는 거의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남녀 성별에 따른 생리적 차이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육상과 같이 근력을 기반으로 한 스피드와 민첩성, 점프력, 파워 등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근력을 가진 남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정설로 되어있다.

여성의 근력은 대표적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적어 남성의 60~80% 수준에 머문다. 지구력을 결정짓는 산소운반능력은 종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15~20% 정도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폐활량, 혈액량, 심박출량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여성은 중력과 맞서는 높이뛰기, 세단뛰기, 장대높이뛰기, 그리고 동시 다발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역도 등에서 절대적인 열세를 보인 점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베이징올림픽 육상 1위 남녀 기록을 갖고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창던지기, 해머던지기, 원반던지기, 포환던지기의 경우는 남자 선수용이 상대적으로 무겁기 때문에 동일 무게를 적용할 경우는 훨씬 성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

21개 육상종목 중 남녀 성차가 가장 큰 종목은 창던지기로, 19m 이상의 차이가 나 21.14%의 격차를 보였다. 남자의 창 무게가 무거운 걸 염두에 둔다면 동일 무게일 경우 더욱 큰 차이가 난다. 이는 창던지기(남 260-270cm, 800g/ 여 220cm, 600g)의 특성상 균형된 근력을 바탕으로 강한 순발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남자선수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종목이다. 그 다음이 5000m달리기로 남자보다 2분44초 뒤졌고(-21.03%), 마라톤은 남자보다 20분 이상의 기록 차이가 난다. 장거리 달리기에서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여자선수들의 산소운반능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편, 남녀간 기량차이가 가장 적은 종목은 포환던지기(남 7.26kg, 여 4kg)인데, 여자가 -4.42% 정도 못 미친다. 원반던지기(남: 지름 22cm, 2kg/ 여: 지름 18cm, 1kg)는 -5.93%, 해머던지기(남: 7.26kg/ 여: 4kg)는 -6.93% 정도이다. 20km 경보가 -9.49%, 800m -9.77%, 3000m 장애물 -9.88%로 거의 10% 이상 남자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량을 보였다.

21개 전 종목 기록의 남녀 차이를 평균해보면 -12.33% 정도이다. 특히 남녀별 기구 중량차이가 나는 해머, 원반, 포환을 제외하면 여자 선수들은 약 13% 이상 기량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 종목인 육상에서 종목 근육강화제 관련 도핑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도 바로 폭발적인 스피드와 힘을 발휘하기 위해 남성과 같은 강한 근력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는 선수 개인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며, 스포츠 정신에도 위배된다. 남녀의 생리적 성차를 인정하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트레이닝 전략들이 필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포츠 경기력과 성차는 반드시 존재하며 육상기록의 성 차이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판단되나 역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는 근력을 기반으로 한 종목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자의 근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격이나 양궁, 승마와 같은 기록종목에서는 체력요인이 상대적으로 기량에 영향을 덜 미쳐 남성의 기록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

성봉주 KISS 책임연구원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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