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특별시’ 서울… 장애 없는 ‘관광천국’ 평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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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이 ‘2018 평창’에게…]<하> 올림픽, 무엇을 남길 것인가

1988년 9월 21일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서울 올림픽 성화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동아일보DB
1988년 9월 21일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서울 올림픽 성화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동아일보DB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올림픽은 유무형의 레거시(Legacy·유산)를 남긴다.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부정적이기만 했던 이미지를 단숨에 바꿨다. 한국 스포츠도 이를 계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한국은 서울 올림픽에서 금 12개, 은 10개, 동메달 11개로 소련, 동독, 미국에 이어 종합 4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달성했다. 올림픽 이후 전국에 스포츠 열풍이 불었다. 특히 전국체육대회에 서울 대표로 나왔던 선수들이 한국 전체 금메달의 75%(9개)를 따면서 서울시 직장운동경기부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급증했다. 1988년 양궁, 육상, 복싱 등 3개 종목이었던 직장운동경기부는 2017년 현재 22개 종목에 달한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빙속 여제’ 이상화(현 스포츠토토)를 필두로 많은 선수가 서울시청 소속으로 올림픽과 아시아경기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울시청 자전거팀 민경호는 올해 ‘투르 드 코리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국제사이클연맹(UCI) 1등급 대회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사이클 역사를 새로 쓰기도 했다. 엘리트 체육뿐만이 아니다.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면서 올림픽 이듬해인 1989년에 시민생활국 산하 부서로 생활체육과가 신설되는 등 올림픽은 수도 서울의 체육 정책 및 조직 변화를 이끌었다.

개·폐회식 장소이자 육상 남자 100m 칼 루이스(미국)와 벤 존슨(캐나다)의 레이스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던 주경기장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국내외 정상급 연예인들의 공연 장소이자 서울시생활체육대축전이 열리는 생활체육의 성지로 사랑받고 있다. ‘서울 올림픽 레거시’ 주경기장은 2024년 원형을 보존한 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동아일보DB
개·폐회식 장소이자 육상 남자 100m 칼 루이스(미국)와 벤 존슨(캐나다)의 레이스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던 주경기장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국내외 정상급 연예인들의 공연 장소이자 서울시생활체육대축전이 열리는 생활체육의 성지로 사랑받고 있다. ‘서울 올림픽 레거시’ 주경기장은 2024년 원형을 보존한 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동아일보DB
국가 및 개최 도시 이미지 제고와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인식 향상이 올림픽의 무형 유산이라면 잠실종합운동장과 올림픽공원 등은 대표적인 유형 유산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위해 건립된 잠실종합운동장(주경기장, 야구장, 실내수영장, 실내체육관, 학생체육관)은 지금도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등이 열리는 한국 스포츠의 중심이다. 특히 개·폐회식을 치른 주경기장의 경우 1996년 당대 최고의 팝스타 고 마이클 잭슨의 내한 공연을 비롯해 국내외 정상급 연예인들의 콘서트 장소로 활용되는 등 스포츠·문화 복합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서울시생활체육대축전 등 생활체육인들에게도 친숙한 공간이다. 주경기장은 지하에 피트니스센터와 체육관 등 시민을 위한 생활체육시설을 확충하는 등 2800억 원을 투입해 2024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단, 서울 올림픽의 역사를 남기기 위해 지붕 모습 등은 원형을 보존한다. 서울 올림픽 때 사이클, 역도, 체조, 펜싱, 수영 등을 치른 올림픽공원 내 시설들도 리모델링을 통해 서울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안준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서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얻은 선수들의 경기력과 시민들의 관심이 ‘스포츠특별시 서울’을 만드는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엘리트 선수 지원과 함께 시민들도 손쉽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19년에 역사적인 100번째 전국체육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는데 ‘전 국민 화합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1988년 서울 대회는 현대 패럴림픽의 시작이기도 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처음으로 같은 도시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6개 부처가 협력해 준비하고 있는 ‘무장애 관광도시 창출’은 평창이 후대에 남길 대표적인 레거시다. 경기장은 물론이고 개최 도시(강원 강릉시, 평창군, 정선군)의 식당, 숙박 등 민간 시설과 공중화장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을 개선한다면 이 지역은 은퇴 세대와 어린이 등 교통 약자들도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진정한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평창 대회는 개·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 플라자를 제외하고 12개 경기장에서 열리는데 이 중 아직 사후 활용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경기장도 3곳이 있다. 평창의 레거시를 위해 유용한 사후 활용 방안을 찾아내는 것은 대표팀 성적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1988년 서울 올림픽#스포츠 특별시 서울#잠실종합운동장#2018 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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