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탈락이 전화위복…강행군에 지친 손흥민, 꿀맛 충전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18일 1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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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14일 챔스 16강 후 휴식…23일 번리전으로 재개

축구가 흐름의 스포츠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최근 4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고 있는 손흥민 앞에 계속 경기가 펼쳐지는 게 좋아 보일 수 있다. 소위 ‘물들어 왔을 때 노 젓기’를 생각한다면 쉬는 게 아쉽다. 하지만 지금 손흥민에게는 좋은 흐름 이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 살인적 일정 속에서도 계속 포인트가 나오고 있으니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뛰고 있지만 사실 에너지 고갈이 걱정되는 수준이다. 그런 측면에서 강제된 휴식이 반갑다.

처음에는 손흥민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탈락한 FA컵이 아쉽게 느껴졌으나 지금은 그 덕분에 에너지 고갈 직전 숨을 돌릴 수 있으니 전화위복이다. 토트넘 입장도 마찬가지다. 홀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손흥민을 충전시킬 수 있고 부상자 복귀를 위한 시간도 벌었다.

손흥민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선제 결승골을 넣으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얀 베르통언, 페르난도 요렌테의 연속골을 묶어 3-0 완승을 거두고 8강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도르트문트전 선제골로 손흥민은 4경기 연속골에 성공했고 나아가 최근 12경기 11골 5도움이라는 놀라운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안컵에서 돌아오자마자 지친 기색 없이 펄펄 날고 있는 모습이라 토트넘 입장에서는 더 반갑고,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 등 주전들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 에이스 노릇을 해주고 있는 것이니 또 고맙다.

현지 언론과 동료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 와중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치지 않는 손흥민’ 류의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칭찬이면서 결국 과부하가 걱정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정규리그 마수걸이 득점포가 터졌던 지난해 11월24일 첼시와의 경기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12월에만 9경기에 나선 것을 비롯해 아시안컵 차출 직전까지 15경기에 모두 필드를 밟았다.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가리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나 인터밀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는 물론이고 쉬어도 될 것 같은 4부리그 클럽과의 FA컵 64강전 때도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투입시켰다. 한국대표팀에 빼앗기는 것이 너무 아쉬워 그 전까지 야무지게 쓰겠다는 마음가짐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국내 팬들 사이 혹사라는 표현이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1월14일 맨체스터유나이티드전이 끝난 뒤에는 곧장 UAE로 이동, 대표팀에 합류해 아시안컵 3경기를 소화했다. 대회에서 손흥민의 몸놀림이 썩 경쾌하지 않았고 결과도 좋지 않았기에 토트넘 복귀 후 전망이 다소 어두웠는데 기대 이상이다. 복귀 후 빠짐없이 경기에 나섰고, 빠짐없이 골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EPL 최고의 선수는 손흥민이라는 분위기일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강제된 휴식이 반갑다. 지난 주말 프리미어리그는 일정이 없었다. 대신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16강이 진행되는 시기인데 토트넘은 32강전에서 크리스탈 팰리스에 0-2로 패해 조기마감했다. 당시 손흥민은 아시안컵 참가 중이었다. 중요한 대회를 일찍 마쳤기에 당시는 아쉬움이 컸으나 지금은 보약 같은 휴식기다.

18일 현재 토트넘은 20승6패 승점 60으로 정규리그 3위에 올라 있다. 토트넘보다 1경기를 더 치른 선두 맨시티(21승2무4패)와 2위 리버풀(20승5무1패) 모두 승점 65점이다. 아직 10경기 이상 남은 상황이기에 선두권과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면 시즌 막바지 뒤집기를 노려봄 직도 하다. 위만 볼 것도 아니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5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승점 51)를 비롯해 아스널과 첼시(이상 승점 50) 등 추격자들의 저력을 감안한다면 지금 상황에 만족할 수 없다. 토트넘의 향후 일정을 떠올리면 더 중요한 길목이다. 토트넘은 오는 23일 번리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28일 첼시 그리고 3월2일 아스널과 만난다. 그리고 3월6일은 도르트문트와의 챔스 16강 2차전이다.

아주 중요한 분수령 앞에서 적절하게 호흡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사실상 홀로 팀을 지탱했던 손흥민 입장에서는 약 8일간의 휴식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케인과 알리가 2월 말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지는 토트넘 입장에서도 지금의 쉼표는 꿀맛 같을 수밖에 없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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