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장정석 vs 신중한 한용덕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24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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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왼쪽)은 준플레이오프에서 과감한 선수기용과 작전을 구사하고 있지만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극도로 신중하고 세밀한 야구를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왼쪽)은 준플레이오프에서 과감한 선수기용과 작전을 구사하고 있지만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극도로 신중하고 세밀한 야구를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포스트시즌(PS)은 감독의 역량과 색깔이 그대로 드러나는 무대다. 감독의 능력에 따라 PS에서 팀 전력 이상 빛나는 성과를 올릴 수 있고 반대로 시리즈를 망칠 수도 있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2008~2010년 팀을 3년 연속 PS무대로 이끌었지만 계단식으로 치러지는 KBO 특유의 PS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결국 낙마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시즌 때 타순을 고집하는 등 단기전을 페넌트레이처럼 치른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2008년 롯데는 3위로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해 4위 삼성 라이온즈를 만났다. 당시 삼성은 시즌 때 중심타선을 책임졌던 박석민을 2번에 배치하는 등 변화를 줬지만 롯데는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

2018년 PS 준PO에서 만난 한화 이글스 한용덕, 넥헨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때 나란히 선 굵은 롱볼로 팀을 운영했다. 그러나 가을들어 정 반대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 신중한 한용덕 감독

그러나 한 감독은 PS에서 적극적으로 작전을 내며 세밀한 야구로 변신했다. 마운드 운영에도 극도의 신중함이 배어있다. 시리즈 탈락 위기였던 3차전(22일 고척 스카이돔)은 번트 작전이 찬스 때마다 나왔다. 3회초 무사 1·2루에서 김희성에게 초구 번트 사인을 낸 데 이어 3-3으로 맞선 9회초 무사 1루에서는 4번타자 이성열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1~2차전에서 한화는 시즌 때 강점이었던 기동력을 펼치지 못했다. 결국 3차전에서 적극적으로 번트 사인을 내며 찬스를 살리려 노력했다. 그러나 한화 타자들은 작전을 수행하지 못했고 경기는 끝까지 접전으로 이어졌다. 한 감독은 “희생번트 사인을 잘 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보여준 것 같다”며 선수들의 작전 수행 능력 부족을 아쉬워했다.

투수 운영은 지나칠 정도로 신중했다. 3차전에서 4회까지 눈부신 호투를 펼친 장민재는 풀 타임 선발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5회부터 급격히 구위가 떨어졌다. 그러나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싶었는지 교체를 망설이다 좌타자 서건창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에야 좌완 임준섭을 투입했다. 8회말에도 김성훈이 7구 연속 볼을 던진 후 마무리 정우람을 급히 투입했다. 1~2차전에서는 3차전 이후를 대비하며 투수들을 아꼈다. 두산 베어스 수석 코치로 마운드를 총괄했을 때는 김태형 감독의 성향에 따라 이기는 경기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자신의 PS 데뷔 무대에서는 좀 더 긴 호흡으로 투수진을 운영하고 있다.

● 과감한 장정석 감독

반면 장정석 감독은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과감한 수비 시프트와 대담한 작전을 보여주고 있다. 3차전에서는 2점차로 뒤진 5회말 무사 1루에서 희생 번트 사인을 냈다. 실패했을 때 비판을 감수하고 상위타선으로 찬스를 이어 역전까지 노리겠다는 포석이었다. 페넌트레이스 때 힘을 비축한 불펜 역시 아낌없이 투입하며 매서운 승부욕을 보이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운영팀장 시절 PS에서 3인 선발 시스템을 고수했던 염경엽 전 감독(현 SK 와이번스 단장)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자신의 PS 데뷔 무대에서는 토종 에이스 최원태가 없는 상황에서도 4명의 선발로 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투·타 모두 젊은 선수들에게 중책을 맡기는 과감성도 보여주고 있다.

고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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