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우승’ 전인지, IQ 138-키 175cm…알고보니 ‘엄친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3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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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CC(파70·6289야드)에서 열린 제70회 US여자오픈 4라운드. 전인지(21)는 10번 홀에서 선두 양희영(26)에 3타차까지 뒤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우승 경쟁을 펼치던 양희영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나란히 흔들리는 행운도 따랐다. 14번 홀에서 세 명이 공동 선두가 된 뒤 전인지는 매서운 뒷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15번 홀(파5) 버디로 단독 선두가 된 전인지는 원 온이 가능한 16번 홀(파4·235야드)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뜨렸지만 두 번째 샷을 핀 왼쪽에 떨어뜨리며 버디를 추가했다. 기세가 오른 전인지는 17번 홀(파3·170야드)에서 한 타를 더 줄여 2타차 선두로 달아났다.

전인지는 18번 홀(파4)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뜨리면서 3온 2퍼트로 보기를 했지만 1타차 2위였던 양희영도 마지막 홀을 보기로 끝내 승리를 지켰다. 전인지는 프로 첫 승을 거뒀던 2013년 한국여자오픈 때도 막판 4연속 버디로 역전 우승을 완성했었다. 전인지는 “우승이 실감 나지 않는다. 아직 머릿속이 하얗다. 즐겁게 플레이하려고 한 게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기뻐했다. 메이저 첫 승을 노렸던 양희영은 16번 홀 이글과 17번 홀 버디로 우승의 희망을 놓치지 않았지만 18번 홀에서의 티샷 실수와 4m 파 퍼트 실패가 아쉬웠다.

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순하게만 보이는 전인지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지닌 것은 고단했던 성장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전인지는 학창 시절 전학을 많이 다녔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충남 서산의 초등학교를 거쳐 제주와 전남 보성에서 중학교를 다닌 뒤 함평 골프고를 졸업했다. 아버지 전종진 씨(57)는 “좋은 골프장과 코치가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며 “원래 열 살 위 언니에게 골프를 시키려고 박세리의 모교인 공주 금성여고까지 찾아갔었다. 하지만 내가 하던 무역업이 부도가 나고 집안이 어려워져 엄마 아빠가 10년 가까이 식당일을 하게 됐다. 살림이 나아지면서 골프와 다시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여유는 없었어도 부모님은 최선을 다해 어려움 없이 지원해 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전인지가 수학 영재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전인지가 수학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자 학교에서는 공부를 계속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그러나 딸에게 골프를 시키고 싶었던 아버지는 교감 선생님과 말다툼까지 하며 딸이 골프 선수의 길을 가도록 했다.

차분하고 냉철하게 코스를 공략하는 I.Q 138의 전인지는 “수학과 골프 중 어느 것이 더 쉽나”는 질문에 주저 없이 “수학”이라고 답한다. 수학은 공식이 있어 계산만 잘하면 답이 나오지만 골프는 언제 어디서 해야 할지 그때그때 다르고,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평소 전담 캐디 없이 대회 때 마다 골프장 소속 캐디를 고용하는 전인지의 이번 우승에는 캐디의 도움도 컸다. 전인지는 이번에 출전하지 않은 서희경의 캐디인 딘 허든(호주)과 잠시 호흡을 맞췄다. 허든은 서희경에 앞서 신지애의 전성기를 거든 도우미였다.

전인지는 훤칠한 키(175㎝)와 단아한 외모로 골프 팬들에게 인기도 많다. 그의 팬 카페 ‘플라잉 덤보’는 3600명이 넘는 회원 수를 자랑한다. 열성 팬들은 전인지의 팬임을 상징하는 노란색 모자를 맞춰 쓰고, 대회장을 찾아다니기로 유명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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