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의 달인 ‘직찍’ 임태훈 선생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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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5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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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의 달인’ 임태훈을 만나다

매 년 시즌이 끝나면 몇 선수를 만나 인터뷰를 한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어떤 선수를 인터뷰를 할까 고민하다 임태훈을 선택했다.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고생했던 선수를 생각해봤더니 임태훈이 바로 떠오르더라. ‘대표팀 탈락’, ‘많고 잦은 등판’, ‘포스트시즌의 부진’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임태훈을 만났다.

다음은 임태훈과의 인터뷰 내용 (인터뷰는 반말투로…).

1. 티눈 수술을 받았다고 들었어. 몸상태는 어때?
: 다들 모르고 있는데 어디서 들었어? 시즌 후반부터 엄지발가락에 티눈이 4개나 생겼어.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많이 파냈더니 살이 별로 안 남았어.

2. 엠엘비파크 한국야구 게시판은 알아?
: 응…알고 있어. 자주 찾는 곳은 아닌데 포털에서 임태훈 검색하면 거기로 많이 가더라고. 그 전엔 구단 홈페이지가 전부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글이나 사진 같은 게 많아서 깜짝 놀랐어.

3. 인증 한 번 시원하게 하자
: 하하…살을 좀 빼야하지. 사실 나도 하고 싶어. 나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고도 싶고. 그런데 글 남기면 ‘꼭 군대나 가라’, ‘그 시간에 연습이나 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 글 보기 싫어서 하고 싶지 않아.

4. 별명이 '임애교'인건 알고 있어?
: 응. 많은 팬들이 귀엽게 봐주는 거 같아. 싫을 이유가 없지.

5. 임태훈의 트레이드 마크는 ‘송진가루 불기’ 같아. 이건 누나팬들을 의식한 행동이지?
: 시합중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거야. 고등학교때는 경기중에도 유니폼을 자주 갈아입었지. 경기중에는 다른 시선 의식하지 않는 편이야.

6. “임태훈은 귀엽다”라는 말을 쉽게 볼 수 있어. 귀엽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
: 살 찌기 전에는 쪽팔리지 않게 생겼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느 순간 살이 확 찌더라. 그런데 살이 얼굴로만 찌는거야. 얼굴이 딱 두 배가 됐어. 그게 엄청난 스트레스였거든. 그런데 살이 찌니까 “어려 보인다”, “귀엽다”라고 하더라고. 좋은 얘기이지만 빨리 빼고 싶어.

7. 서울고 시절 사진을 보면 꽃미남이었는데 어쩌다 그렇게 살이 쪘지?
: 프로입단 후 선배들을 보니까 나와 구속은 비슷한데 볼의 힘이 다르더라. 깜짝 놀랬지. 67kg였는데 코치님이 90kg까지 늘리면 공에 힘이 붙을거라고 하셨어. 그래서 엄청 퍼먹었지. 웨이트도 열심히 했어.

8. 마운드에서 같은 팀 타자 김현수를 상대한다면 결과가 어떨까?
: 청백전에서 붙은 적이 있지. 새로 익힌 투심을 연속으로 던졌는데 못 때리는거야. 그래서 또 다른 신무기 서클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바로 홈런을 때리더군. 같은 팀이지만 현수형은 꼭 상대하고 싶은 타자야.

9. 물속에 김동주, 김현수, 김광현, 양현종이 빠졌을 때 누구를 가장 먼저 구할거야?
: 팬들은 현종이라고 하겠지. 근데 꼭 한 명만 구해야 된다면 차라리 내가 빠지겠어. 현종이 얘기를 한다면 이 녀석이 애교가 많아. 그래서 더 친하게 지내고 있는 거 같아.

10. 동료선수들과 스킨십이 많더라. 왜 남자들을 그렇게 좋아해?
: 내가 게이냐고 묻는거지? 원래 장난을 좋아하는 편이야. 그런데 그런 행동들이 카메라에 많이 잡혀서 그렇게 보이는 거 같아.


11. 순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동료들이 홈런을 때리고 오면 눈치보지 않고 선배들을 때리던데…누구를 때릴 때 가장 짜릿해?
: 김동주 선배야.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할 일이잖아. 그래서 짜릿한 거 같아. 몇 번 때렸는데 아무 말씀이 없더라고. 그런데 한 번은 동주 선배가 선빵을 날리더라. 억울해서 발차기로 보복하려고 했는데 발이 안 닿았어.

12. 구종이 단조롭잖아. 스플리터나 체인지업을 배워야 되지 않을까?
: 많이 안 던질 뿐 포크볼, 서클체인지업도 던질 줄 알어. 지난해 준플에서도 던졌었지. 슬라이더, 투심, 커브, 포크볼 등 다 던질 수 있는데 코치님이 주문을 안하시지. 중간에서 긴박한 순간에 나오니까 구종이 다양할 필요가 없어. 있는 공 정확하면서 힘있게 던지는 게 중요해.

13. 본인은 불펜투수로 뛰면서 신인왕을 받았어.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신인왕에 오르지 못한 고창성에게 한 마디를 해준다면…
: 내색은 안 하는데 창성이형 많이 아쉬울거야. 예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중간투수에겐 스포트라이트가 가진 않아. 그래도 창성이형이랑 나는 행복한거야. 1군에서 던지고 싶어도 못던지는 투수들이 많다는걸 알아야해.

14. 어릴 때부터 우상으로 삼았던 선수는 누구야?
: 건방질지 모르겠는데 관심 없어. 어릴 때 프로야구도 안봤거든.. 하는 게 좋았지 보는 게 좋았던 건 아니야.

15. 프로 데뷔 후 가장 기억에 남은 경기는 어떤 경기야?
: 2007년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지. 잘 던진 건 아닌데 그 경기를 잊을 수 없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경기였거든. 난 데뷔 후 자체 청백전에서도 선발로 나선 적이 없었어.
16. 상대하기 힘든 타자는 누구야?
: 대호형이 삼진을 잘 안먹더라. 히어로즈 정호형도 잘 때려. 정호형한테 물었더니 눈감고 휘두르는데 다 맞는다고 그러더라고. 포스트시즌엔 박정권 선배한테 많이 맞았는데 나만 맞는 게 아니더라. 하하.

17. 독서광이라던데…사실이야?
: 어릴 땐 만화책을 봤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책을 자주 접하게 되더라고. 그런데 프로생활을 하다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자주 못 읽는 편이야.

18. 다른 팀 투수의 구질을 하나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떤 공을 갖고 싶어?
: 남의 공을 탐낸다고 해서 내 구질이 되는 게 아니니까 관심 없어. 내 공 잘 던지기도 만만치 않아.

19. 소주 한 잔 생각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야?
: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셔. 그런데 마셔도 사람보다는 야구 생각뿐이야.

20. 김석류 아나운서가 좋아? 아님 송지선 아나운서가 좋아?
: 김석류 아나운서랑은 얘기할 기회가 없었고, 송지선 아나운서도 인터뷰는 한 번밖에 못해봤어. 이렇게 긴 시간 인터뷰하는 것도 엠엘비파크가 처음이야. 그래서 누가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아.

21. 항상 긍정적이고 잘 웃는 편이야. 그런 임태훈도 팬들이 하는 말 중에 이 것만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말이 있어?
: “싸이질 할 시간에 훈련이나 해라”, “그렇게 못던질거면 군대나 가라”, 이런 글 솔직히 맘에 안 들어. 얻어 맞는 날도 연습하고 있고 선수들 모두 열심히 훈련하거든. 그리고 올림픽 때 미니홈피 테러 났을 때도 기분은 좋지 않았어.

22. 노래를 상당히 많이 안다고 하더라. 불면증에 좋은 노래하나 추천해줘.
: 응… 노래는 자주 들어. 불면증에는 ‘섬집아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런데 밤에 들으면 오싹해. 무서울 수도 있어.

23. 팬들이 적어준 질문인데… 여동생을 만약 동료 선수들이 소개시켜달라고 조른다면 누굴 소개시켜 줄거야?
: 뭐지? 난 여동생 없어. 누가 만들어준 여동생인지 모르겠는데 잘 돌봐줄게.

24. 플레이오프 때 박정권에게 2번이나 홈런을 맞았잖아. 또 붙었을 땐 피하고 싶지 않았나?
: 난 고집이 아주 센 편이야. 얻어 맞은 공 다시 던지는 버릇이 있어. 이번에도 홈런 3개가 모두 직구였어. 항상 고집대로였는데 이번에 홈런을 맞으면서 피해가는 법이나 다른 방법을 쓰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는 걸 깨달았어.

25. 임태훈에게 SK란?
: 똑 같은 팀일 뿐이야. 근데 잘 하긴 해.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하잖아. SK 선수들은 이기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


26. 야구에 대한 소신이 강한 걸로 알려졌어. 임태훈의 야구관에 대해 알려줘.
: 제2의 누구는 싫어. 프로 입단할 때부터 임태훈만의 색깔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나중에 야구를 그만 뒀을 때 ‘임태훈은 어떤 선수다’라는 말이 떠올랐으면 좋겠어. 조계현 선배 ‘팔색조’, 선동열 감독님 ‘무등산 폭격기’, 이런 걸 나도 갖고 싶어.

27. 이상형은 뭐야? 현재 사귀는 사람은? 연상이 좋은가 연하가 좋은가
: 나이대만 비슷하면 연상 연하는 중요하지 않아. 사람이 중요한 거잖아. 이상형은 좀 길어. 보수적이면서도 나한테 잘해주면 좋겠어. 자주 못 만나니까 한 눈 안 팔고 잘 기다려줘야 돼. 날 믿고 따라줘야 하고, 예쁘면 완전 최고겠지? 얼굴도 봐. 하하.

28. 마운드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려?
: 체질이 변한거야. 살이 찌니까 땀이 많이 나더라. 지금 90kg가 넘는데 85kg까지 빼고 싶어. 85-87정도를 유지하고 싶어..

29.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 변화구 구사능력이 더 필요해. 내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을 완벽하게 던지는 게 중요한 거 같아.

30. 임태훈에게 야구란?
: 임태훈이야. 그냥 나와 같은 존재.

31. ‘셀카의 달인’이라는 말이 있어.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지? 내 카메라로 셀카를 찍어줘. 그럼 기사에 첨부할게.
: 내가 잘 찍히는 거 같아.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린 적이 있는데 반응들이 좋더라고. 이젠 멀리서 찍어도 잘나오게 살을 좀 뺄 예정이야. (두 번 정도 찍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카메라 조작하며 한 번 더 찍는다. 참고로 헤드라인에 걸린 사진은 임태훈이 직접 찍은 사진이다)

32. 유독 여성팬로부터 인기가 많은데… 팀에서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가장 많은 선수는?
: 현수형, 수빈이, 재호형 등 여자팬들에게 인기 있는 선수들이 많아. 잘은 모르겠는데 동료들이 내가 여자팬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고.

33. 임태훈에게 로진백이란?
: “내 사랑”… 송진가루 없으면 못 던지겠어.

34. 살을 뺄 생각은 없는거야? 밤에 야식을 자주 먹어?
: 경기가 끝나고 식사를 하기 때문에 밤 늦게 고기를 먹어. 또 재호형이 야식을 시켜먹자고 자주 유혹하는데 싫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먹게 되더라. WBC 대회 전까지 80kg대로 감량했는데 다시 쪘어. 그래도 아주 많이 먹는 편은 아니야.

35. 가장 기억에 남는 팬과 응원문구는?
: 다 기억에 남는다. 이름은 기억을 못해도 한 번 본 사람은 잘 기억해. 야구장에 자주 응원 오는 야구팬은 다 기억한다고 보면 될거야.

36. 임태훈에게 살이란?
: ‘이자’같아. 원래 잘 안 찌는 편이었는데 한 번 찌니까 대책이 없어. 이자처럼 계속 따라 붙어. 지금은 막 불어나진 않는데 그래도 이 녀석이 계속 따라다니네.

37. 마지막으로 야구팬들에게 한 마디를 해달라….
: 내가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비교적 잘 해왔다고 생각해. 그런데 언젠가는 슬럼프에 빠지겠지. 야구란 게 잘 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 거잖아. 즉 그런 것과 상관없이 묵묵히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 잘 한다고 칭찬하고, 못한다고 욕하는 팬들보다 멀리서 지켜봐 주는 팬들이 진짜 팬인 거 같아. 그런 팬들이 더 기억에 남기도 하고. 선수들은 그런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어해. 선수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못하니까 연습이나 더 해”라는 말 일거야. 프로 1군에서 뛰는 선수들 중 놀고 연습 안 하는 선수는 없어. 그건 꼭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 어쨌든 열심히 할거야. 올해는 두산이 우승해야지. 아…그리고 엠엘비파크도 종종 놀러갈거야. 기사 보거든 댓글 많이 달아줘. 아마 괜찮은 댓글 남긴 팬에게는 사인볼 갈거야. 기자양반이 그렇게 하겠다고 내 사인볼 받아갔거든.

*임태훈 인터뷰 초간단 요약
1. 말 정말 잘 한다. 이렇게 말을 잘 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더니 의외로 인터뷰를 할 기회가 없었다더라.
2. ‘살’, ‘선발’…임태훈의 뇌를 뜯어보면 살과 선발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살을 빼고 싶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하던지… 또 코칭스태프나 많은 눈을 의식해 선발로 뛰고 싶다는 말을 자제하긴 했지만, 그래도 선발투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3. “왜 그렇게 못해. 못하면 남아서 연습 좀 더해”. 다른 말은 몰라도 이 말은 임태훈에게 하지 말자. 인터뷰 하는 동안 여러 번 나왔고, 좀 흥분하더라.

임동훈 엠엘비파크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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