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의 우승’ 한걸음 남은 SK… 12년 한솥밥 ‘문-전’ 꿈도 부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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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연세-고려대 스타 출신 조합
“청소년대표부터 30년 넘는 인연… 항상 믿고 상의하는 동반자 관계”

DB와의 챔피언결정전 도중 작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문경은 SK 감독(왼쪽)과 전희철 코치. KBL 제공
DB와의 챔피언결정전 도중 작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문경은 SK 감독(왼쪽)과 전희철 코치. KBL 제공

문경은 SK 감독(47)은 프로농구 정규리그 막판이던 2월 오른쪽 팔꿈치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경기 성남의 구단 지정병원에서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통풍 진단을 받았다. 며칠 후 전희철 SK 코치(45)가 오른쪽 발에 비슷한 증세를 겪었다. 역시 통풍이었다. 선수와 지도자로 12년 동안 SK에서 붙어 다니다 보니 같은 병까지 얻었다.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문 감독과 전 코치는 이제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남을 세월 동안 그토록 기다린 순간에 바짝 다가섰다. SK는 DB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2패 후 3연승을 달려 정상 등극에 1승만을 남겼다.

SK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건 2000년이다. 문 감독은 삼성 선수 시절인 2001년 정상에 섰다. 전 코치는 동양에서 뛰던 2002년 우승 반지를 끼었다. 팀으로나 개인으로나 해묵은 무관의 한을 풀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문 감독과 전 코치는 199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린 농구대잔치 ‘오빠부대’ 스타 출신. 둘은 연세대(문 감독)와 고려대(전 코치) 라이벌 구도의 중심에 섰었다. 2006년부터 SK에서 함께 뛰다 2011년 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전 코치가 보좌하며 계속 인연을 지키고 있다. 초중고교가 모두 다르고 맞수로 유명한 연세대와 고려대 간판 출신 지도자가 한 배를 탄 건 이례적인 조합이다. 둘은 집도 걸어서 5분 거리인 이웃사촌이다. 문 감독이 푸근한 맏형 이미지를 지녔다면 전 코치는 선수들의 투지를 강조하는 악역을 자처할 때가 많다.
대학 시절 맞대결에서 치열하게 볼을 다투고 있는 당시 연세대 문경은(오른쪽)과 고려대 전희철. 동아일보DB
대학 시절 맞대결에서 치열하게 볼을 다투고 있는 당시 연세대 문경은(오른쪽)과 고려대 전희철. 동아일보DB

문 감독은 “전 코치가 중학교 때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해 일부러 보러 가기도 했다. 청소년대표부터 따지면 30년 넘게 가깝게 지낸다. 늘 믿고 상의하는 동반자 관계다”라고 말했다. 문 감독은 또 “챔프전 2연패에 빠진 뒤 3차전 전반에 20점 차까지 뒤졌을 때는 암담했다. 하지만 그 경기를 이긴 뒤 팀이 완전히 살아났다. 전 코치를 비롯한 스태프들이 수비 전술 변화 등 다양한 의견을 낸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문 감독과 전 코치는 2013년 처음 챔프전에 올라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현대모비스에 4전 전패라는 수모를 안았다. 전 코치는 “선수 때 큰 경기 경험이 많았지만 지도자로서는 달랐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머리가 하얗게 됐다. 시행착오 속에서 배울 수 있었다. 요즘 감독님은 위기가 닥쳐도 태연한 모습을 지킨다”며 웃었다.

2006년 SK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브루나이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 시절 문경은 감독과 전희철 코치. 당시 김태환 감독과 강양택 코치, 임재현 방성윤도 자리를 함께 했다.
2006년 SK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브루나이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 시절 문경은 감독과 전희철 코치. 당시 김태환 감독과 강양택 코치, 임재현 방성윤도 자리를 함께 했다.
SK는 호화 멤버에도 모래알 같다는 평가가 많았다. 문 감독과 전 코치가 중심을 잡으면서 김선형, 김민수, 최부경 등 고참들과 최준용, 안영준 등 신예들이 끈끈한 조직력을 갖게 됐다.

18일 잠실 안방에서 6차전을 치르는 문 감독은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른다. DB도 저력이 있다. 선수와 구단에 끝까지 방심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문경은 sk 감독#전희철 sk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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