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유니폼 ‘브랜드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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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기복 입은 종목 성적 좋아야 하는데…”

《 2010년 겨울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이 열린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 빙상장. 경기를 마친 김연아가 ‘키스앤드크라이존’(선수들과 코치진이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곳)에 들어가 입은 점퍼 왼쪽엔 ‘RYN’이라는 빨간 로고가 선명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 김연아가 입은 옷에는 휠라의 ‘F’ 마크가 박혀 있었다. 8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어떨까?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노스페이스 로고가 박힌 옷을 입고 키스앤드크라이존에 들어선다. 올림픽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는 옷의 로고가 달라지는 건 대한체육회를 후원하는 스포츠웨어 업체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2010년엔 ‘린(RYN)코리아’가, 2014년엔 ‘휠라코리아’가 국가대표 단복을 지원했다. 이번 평창에선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가 국가대표 단복을 후원한다. 》
 
평창한국국가대표선수모두가 입을 노스페이스의 선수단복. 모델은스노보드 이상호. 동아일보DB
평창한국국가대표선수모두가 입을 노스페이스의 선수단복. 모델은스노보드 이상호. 동아일보DB
국가대표의 옷은 선수단 전체가 착용하는 ‘단복’과 하위 개념인 ‘종목별 경기복’으로 구분된다. 당연히 경기 종목별로 노출될 로고도 제각각이다. 경기 단체별 후원 업체가 다르기 때문. 선수들의 선전 여부에 따라 중계화면에 노출되는 시간에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올림픽에선 스포츠웨어 업체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펼쳐진다.

평창 올림픽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브랜드는 국가대표 단복을 후원하는 ‘노스페이스’다. 아웃도어 업체 중 처음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 국가대표 단복을 후원한 노스페이스는 2020년까지 대한체육회 공식 파트너 자격을 유지한다. 노스페이스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및 겨울패럴림픽 스포츠의류 부문 공식파트너이기 때문에 현장을 누빌 자원봉사자 4만5000여 명에게도 유니폼을 제공했다.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144명의 국가대표 선수는 이미 22가지 품목으로 이뤄진 노스페이스 제품을 받았다. 개·폐막식용 단복, 시상복, 일상복, 운동화, 가방 등이다. 이 중 시상복은 시상대 위에서 메달을 받을 때 꼭 입어야 하는 옷이다.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노스페이스 로고가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시상대에서의 브랜드 로고 노출은 마케팅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린코리아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면서 500억 원대 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스피드스케이팅 모태범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는 린코리아 홈페이지에 접속이 쇄도해 서버가 일시 다운될 정도였다.
 

휠라코리아는 2012년부터 전통적인 메달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유니폼을 후원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5월 대한빙상경기연맹이 후원 업체를 노스페이스로 바꿨다. 휠라코리아는 평창에선 대신 컬링 대표팀의 경기복을 후원한다. 지난해 휠라는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와 스포츠의류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평창에 오는 네덜란드 국가대표 선수단은 휠라의 옷을 입는다.

 
메달 후보로 꼽히는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아디다스’ 옷을 입고 경기에 출전한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11년 한국이 평창 올림픽을 유치한 뒤 국가대표 후원을 고민하면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를 선택했다. 썰매 종목에서 아디다스 신발은 접지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소치 올림픽 때 대부분의 선수단이 아디다스 제품을 착용할 정도였다.
 

나이키 경기복을 입고 평창 올림픽에 나서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김상욱. 나이키코리아 제공
나이키 경기복을 입고 평창 올림픽에 나서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김상욱. 나이키코리아 제공
‘나이키’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을 통해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아이스하키 선수단의 유니폼을 후원한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볼 때 나이키만 노출되는 셈이다. 다만 남북 단일팀이 뛰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나이키의 옷을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알파인스키 스키점프 스노보드는 카파, 루지는 데상트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올림픽은 세계선수권과 달리 로고 노출 규정이 까다로워 후원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내로라하는 스포츠웨어 업체들이 앞다퉈 후원 경쟁을 벌인다. 스포츠웨어 업계 관계자는 “올림픽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스포츠 축제다. 올림픽에서의 자연스러운 노출을 통해 스포츠 브랜드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평창 국가대표 유니폼#국대 유니폼 전쟁#휠라 코리아#윤성빈 아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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