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테니스-양궁… “스포츠 제1의 법칙 헤드업 하지 마세요”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천천히
고개 들지 말고
마음을
비우라

골프는 ‘천고마비’가 중요하다. ‘천천히 고개 들지 말고 마음을 비우라’는 의미다. 골프에서 헤드업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인데 묘하게 다른 종목에도 적용될 만하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상금 선두를 달리고 있는 신지애(21)는 초등학교 시절 양궁을 했다. 활을 잡았던 경험이 골프 선수로서 헤드업을 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신지애는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함께 헤드업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선수로 손꼽힌다.

한국이 세계 정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양궁과 골프.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기본기를 가르치는 단계에서 두 종목 모두 헤드업은 금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한양궁협회 서거원 전무는 “양궁에서는 쏜 화살을 눈으로 좇아가지 말라는 철칙이 있다”고 말한다. 양궁 선수는 과녁을 정면에서 보는 게 아니라 곁눈으로 보는데 활을 쏜 뒤 시선을 움직이면 자세가 흐트러져 좋은 기록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국내 선수 중에는 박경모가 이상적인 자세를 갖고 있어 외국에서도 본보기로 삼고 있다는 게 서 전무의 설명.

테니스에서 메이저 최다승 기록(15회)을 갖고 있는 로저 페데러(스위스)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헤드업을 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공이 라켓을 맞고 나간 뒤에도 늘 그의 시선은 한동안 임팩트 지점에 머물러 있다. 정확한 임팩트가 이루어진 그의 스트로크는 날카로운 각도와 파워를 싣고 상대의 허점을 여지없이 파고든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은 “백핸드 스트로크 때 실수가 나오는 경우는 대개 고개를 일찍 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야구에서 양준혁(삼성) 김현수(두산) 등도 타석에 들어서면 공에서 끝까지 시선을 놓지 않는다. TV 골프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던 양준혁은 “골프와 야구는 스윙 궤도만 다를 뿐 그 원리는 똑같다. 공에 집중해야 좋은 타구가 나온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에서 프로골퍼로 변신했던 남해 해성고 골프부 김홍기 감독은 “공이 배트 또는 골프채에 맞는 순간을 봐야 정확히 똑바로 칠 수 있다. 양준혁의 경우는 만세 타법이라고 하는데 임팩트 때까지의 궤도는 정교하기만 하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발을 사용하는 축구는 어떨까. 20년이 넘는 구력을 지닌 싱글 골퍼인 FC 강원 최순호 감독은 “축구 역시 킥을 할 때 시선이 공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고마비’가 몸에 밴 스포츠 스타들은 다른 종목을 접하더라도 쉽게 고수의 반열에 오른다. 역시 진리는 하나로 통하는 것일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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