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말산업 3조원 시장…경마가 비중 81% 차지 ‘젖줄’ 역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2월 2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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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은 말 한 마리가 연간 6000만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4.8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또 경마는 말산업의 81%를 차지하는 ‘젖줄’이다. 한국마사회는 2016년까지 2570억원의 사업비를 조성해 말산업 경쟁력 향상과 산업육성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말 목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경주마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말산업은 말 한 마리가 연간 6000만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4.8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또 경마는 말산업의 81%를 차지하는 ‘젖줄’이다. 한국마사회는 2016년까지 2570억원의 사업비를 조성해 말산업 경쟁력 향상과 산업육성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말 목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경주마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경마의 산업적 재조명

말 1마리당 연 6000만원·4.8명 일자리
미국 등에선 경마가 기간산업 자리매김
경마 수익 감소 땐 축산 농가에 ‘부메랑’
전문가 “경마 육성 위한 정책지원 필요”
마사회 “말산업 발전에 2570억원 투자”

① 올림픽에 인간 이외 유일하게 출전.
② 정액 1방울=다이아몬드 1캐럿
③ 3000억원 상금 걸린 두바이 월드컵 주역.
④ 패션잡지 보그(VOGUE)지 2012년 12월호 표지모델.

위에 언급된 ○1∼○4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말(馬)이다. 이렇듯 말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반려동물답게 문화, 산업의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소, 돼지, 닭 등은 대부분 고기로 쓰이는 탓에 산업적 활용가치가 높지 않지만 말은 식용뿐 아니라 승마, 경마, 관상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독일의 한 경제연구소는 말 3마리당 일자리 1개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해외 선진국은 이러한 말의 산업적 가치에 주목해서 말산업 육성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의 말산업 국가인 미국의 경우 말 사육 두수 920만 마리, 말산업 참여 인구 460만명, 경제기여효과 126조원에 이를 정도다.

● 경마가 말산업의 81% 비중 차지 ‘젖줄’

국내에서도 2011년 ‘말산업육성법’이 발효됐다. 단일 품종으로 특별법이 제정된 것은 말이 최초였다. 우리 정부도 말산업을 미래의 고부가가치사업이자, FTA시대 농가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판단했다는 방증이다. 한국마사회 자료에 따르면, 2011년을 기준으로 말과 연관된 산업 규모는 3조3478억원으로 국민 총생산(1332조)의 약 0.22%에 달한다. 말 1마리가 연간 6000만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4.8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국민의 소득 향상과 레저 수요의 증가로 말산업은 2016년에 3조6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국내 말산업의 젖줄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경마산업이다. 경마는 산업규모에서 말 산업 전체의 81%(2조7200억원)를 차지할 만큼 핵심 산업이다. 즉 경마가 국가와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호주,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말 산업 선진국들에서도 경마산업이 기간산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 사회에는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가득하다. 경마가 돈을 걸고 베팅을 하는 사행성 스포츠라는 점 때문이다. 경마 전문가들은 “경마=도박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 뒤에는 경마 산업을 마권매매 행위만으로 보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인식이며 또한 편견이다”며 “대한민국 신 성장동력으로서 말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직시하고, 경마를 산업적 측면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 마사회 “말산업 균형발전 위해 2570억원 쏜다”

경마산업은 말 레이스에 베팅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경마는 우수한 말을 선별해내는 말산업의 검증절차이자 1∼3차 산업을 아우르는 복합 산업이다. 즉 경마산업은 농민들이 경주마를 생산·육성하는 1차 산업, 경마장과 목장 등 각종 시설 건설 및 보완의 2차 산업, 마권을 매매하는 서비스분야의 3차 산업, 그리고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4차 서비스 산업이 어우러져 있다. 이밖에도 경주마의 사료 및 장구, 경마 정보와 관련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사업들을 망라하면 경마산업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말산업에서 경마의 역할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해외 시장으로 수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마사회는 6월 싱가포르 경마시행기관인 싱가포르터프클럽과 경주실황 수출계약을 했다. 이 계약으로 한국경마경주에 대한 현지 마권 매출이 올해 230억원, 2015년엔 500억원 이상이 예상된다. 한국마사회는 이 매출에서 일정액을 수수료로 받는다. 아울러 경주실황을 수출하면서 경마정보를 제공하는 산업(통역·자막 지원 서비스)도 현지에 진출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관련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

한국마사회는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경마 이외 말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8월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마사회는 2016년까지 2570억원의 사업비를 조성해 말산업 경쟁력 강화와 관련 산업 육성에 투자한다. 그동안 마사회는 매년 200억원 가량을 말산업 균형발전을 위해 투자해왔다. 또 승마장을 2016년까지 500곳으로 늘리고, 승마대회 개최 등을 통해 승마 붐을 불러일으킬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육용마 전문농장 육성, 가공식품 개발 등을 통해 말고기 소비를 확대해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을 개발하고, 승용마 전문 생산농장 육성 등의 계획도 세웠다.

● “경마가 살아야 축산농가도 산다”

이같은 한국마사회의 말산업 균형발전 로드맵은 실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마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반감과 규제 강화로 한국마사회 매출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의 매출액은 2012년 7조8397억원에서 지난해 7조8065억원으로, 당기순익은 3209억원에서 2835억원으로 감소했다.

경마의 위기는 곧 국내 축산농가의 위기이기도 하다. 경마산업을 비롯한 말산업은 도시지역에서 발생한 매출액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둬 농어촌지역의 축산발전기금이나 복지기금 등으로 환원하는 도농상생의 시스템을 갖고 있다. 마사회가 축산과 농어촌 발전을 위해 출연한 특별적립금은 2009년 1640억원, 2010년 2068억원, 2011년 2294억원, 2012년 2294억원, 지난해 227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특별적립금 2270억원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축산업 구조개선 및 생산성 향상, 가축과 축산물의 수급 및 가격안정, 축산물 유통개선사업 재원으로 활용된 축산발전기금 1787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는 지난해 축산발전기금 전체 조성액 1조172억원의 17.5%를 차지한다.

경마 수익이 감소하면 축산과 농어촌발전을 위한 적립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농민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마는 국가와 농촌지역 경제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경마가 사행산업으로 매도돼 위축된다면 농축산업도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농축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고 말산업의 발전을 이끌려면 경마의 외형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는 “말산업의 젖줄인 경마를 건전하게 육성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외국이나 국내 스포츠토토에 시행하는 인터넷 베팅의 부활이 선결 과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사행산업감독위원회(사감위)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사감위가 합법적 산업인 경마 죽이기만 매달리다 보니 ‘풍선효과’로 불법 사설경마가 판치게 됐다. 사감위의 역할은 합법 사업 규제가 아닌 불법 사설경마 단속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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