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황의 집행검, 가격이 3000만원? 이렇게 비싼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8일 15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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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황의 집행검. 사진출처=리니지 파워북
진명황의 집행검. 사진출처=리니지 파워북
진명황의 집행검, 가격이 3000만원? 이렇게 비싼 이유는…

진명황의 집행검

인기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아이템 '진명황의 집행검'이 화제다.

진명황의 집행검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온라인게임 중 하나인 리니지에서 가장 귀중한 아이템으로 꼽힌다. 진명황의 집행검은 그 자체로 2500만원에서 3000만원의 가치를 가진다. 높은 가격 때문에 진명황의 집행검은 흔히 '집판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진명황의 집행검이 이토록 고가를 자랑하는 것은 게임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다. 진명황의 집행검 1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대공동 은둔지역에 있는 아타로제에게서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라는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준비해야하는 재료는 한 마디로 어마어마하다. 100만 아데나(리니지 화폐)와 더불어 오리하르콘 판금 10개, 미스릴 판금 10개, 은 판금 10개, 황금 판금 10개, 백금판금 10개, 블랙 미스릴 100개, 라스타바드 무기 제작 비법서 1개, 무관의 양손검 1개에 어둠의 광석 500개, 그랑카인의 눈물 10개 등 막대한 아이템이 필요하다. 이들 아이템은 모두 원칙적으로는 필드에서 몬스터를 사냥해야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문제는 리니지 속 몬스터들의 드랍율(몬스터가 죽고 나서 아이템을 떨구는 확률)은 랜덤이라는 것. 이들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사냥터를 돌아야한다는 결론이다.

통상 진명황의 집행검 1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른바 '작업장(다수의 PC와 프로그램을 통해 리니지 속 사냥을 자동으로 돌리는 곳)'을 여럿 가진 유수의 클랜들이 6개월에서 1년 정도 '작업'을 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들 작업장 역시 고급 아이템 드랍율이 높은 일부 사냥터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일반 유저들은 몇 명이 뭉쳐서 몇 년을 파도 진명황의 집행검을 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몇몇 중요 아이템의 경우 작업장을 가진 대형 클랜 소속 유저가 아니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니지 내에 돌고 있는 진명황의 집행검(약 150여개) 중 대부분은 이들 대형 클랜들이 제작한 뒤 돈을 받고 판 것이다. 2500-3000만원에 달하는 가격 역시 유저들 사이에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가격인 셈이다.

그런데 리니지에는 인챈트(inchant)라는 기능이 있다. 인챈트는 일정 확률로 실패하게 되며, 만일 인챈트가 실패할 경우 아이템이 소멸된다. 물론 인챈트가 성공한 아이템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그 아이템이 희귀한 것일수록 그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진명황의 집행검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2010년 즈음에는 '+4 진명황의 집행검'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됐다. 이 검의 소유자는 그냥 다른 사람에게 팔아도 3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을 '소멸'의 불안감을 억누른 채 무려 3번이나 인챈트를 시도, 연속으로 성공한 것이다. 게임아이템 거래 사이트들에는 이 검의 가격이 1억 2000만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진명황의 집행검은 18일 한 재판 결과가 공개되며 뜨거운 화제가 됐다. 리니지 게이머인 김모(64·여)씨가 지난 5월30일 서울중앙지법에 '리니지'를 제작,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를 고소한 건의 판결이 나온 것. 김씨는 지난해 12월 진명황의 집행검 아이템에 대한 인챈트(Inchant, 업그레이드 또는 강화의 의미)를 실행했다가 소멸했으니, 이를 복구해달라는 내용으로 엔씨소프트를 고소했다.

김씨는 "저가 아이템을 인챈트하려다 착오를 저질러 벌어진 일이며, 인챈트 과정에서 아이템 증발 위험을 고지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현미)는 16일 "김 씨가 '집행검'을 인챈트하기 전후로 다른 아이템들을 인챈트한 경험이 있고, 아이템 중 일부가 증발한 적이 있다"라며 "인챈트가 착오였다고 보기 어렵다,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일 경우 의사표시를 취소하지 못한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박'을 꿈꿨던 김 모씨의 도전은 이렇게 허무한 실패로 끝났다.

<동아닷컴>
사진=진명황의 집행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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