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당구요정’ 자매 꿈꾸는 류지형-지원 양, 상명중고 당구부에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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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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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람언니와 1점 차 승부? 상상만 해도 짜릿해요”

미래의 차유람-보람 자매를 꿈꾸는 당구 꿈나무 류지형(왼쪽)-지원 자매가 서울 노원구 상명중고 당구부실에서 큐를 잡은 채 당구공을 겨누고 있다. 자매는 “세계적인 선수가 돼서 유람-보람 언니와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미래의 차유람-보람 자매를 꿈꾸는 당구 꿈나무 류지형(왼쪽)-지원 자매가 서울 노원구 상명중고 당구부실에서 큐를 잡은 채 당구공을 겨누고 있다. 자매는 “세계적인 선수가 돼서 유람-보람 언니와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스포츠센터에서 어른들과 했는데 학교에서 당구를 하게 되다니 꿈만 같아요.”

자욱한 담배 연기, 취객들의 고성, 내기 당구…. 당구라면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오르는 사람들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소녀들이 있다. 서울시에서 최초로 당구부를 창단한 상명중고에서 미래의 차유람, 보람 자매를 꿈꾸는 류지형(16), 지원(15) 자매다.

○ 취미에서 꿈으로

이 당구 자매는 학원 스포츠의 테두리 안에서 명실상부한 엘리트 당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된 1세대다. 상명중고가 당구부를 창단하기 전까지 서울에는 대회를 관장할 협회도, 중고교 팀도, 전문 선수도 없었다. 차유람 같은 엘리트 당구 선수가 되기 위해선 학교를 그만두고 사비를 들여 당구의 꿈을 키워야 했다.

지형, 지원 자매도 올림픽공원 내 스포츠센터에서 지난해 여름부터 당구를 취미로 배웠다. 동호인 대회에 나가선 또래 선수보다 주로 중장년 동호인 고수들과 실력을 겨뤘다. 체계적으로 가르쳐 줄 지도자를 찾기 어렵고 학업 부담도 늘자 당구를 포기할 생각도 했다. 지원 양은 “당구가 쇼핑이나 인터넷 게임보다 좋다. 30대 아저씨랑 겨뤄 한 점 승부를 할 때의 짜릿함을 느낀 뒤 당구 선수가 꿈이 됐다”고 말했다.

때마침 상명중고 당구부 창단 소식은 당구 자매에게 단비였다. 지형, 지원 양의 어머니 문은정 씨(39)는 “아이들의 실력이 나날이 늘어도 당구를 계속 시켜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공부도 하면서 엘리트 선수의 꿈도 키울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미래의 차유람, 보람


취미로 시작한 당구가 인생의 목표로 자리하게 된 데에는 차유람, 보람 자매의 영향이 컸다. 지형 양은 “차유람 언니가 공에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 꼭 세계적인 선수가 돼서 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당구 요정’ 차유람(24)도 “나는 당구에 전념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둬야 했는데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지형, 지원이가 부럽다. 꼭 나를 능가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며 격려했다.

당구 국가대표 출신인 상명고 당구부 김웅대 코치(42)는 “차유람도 14세에 당구를 시작했다. 지형, 지원이는 1년 배운 것 치고는 기본기가 탄탄해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류지형, 지원 자매가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 데에는 상명고 배용숙 교장의 결단이 있었다. 배 교장은 “선수로서 성공도 중요하지만 생각하는 당구 스타로 성장하길 고대한다. 한국에 제대로 된 여성 당구 지도자가 없는데 국제기구 국제심판 등 진로 탐색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형, 지원 자매가 꿈을 키워나갈 상명중고 당구부는 15일 창단식을 연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제2의 당구요정’ 자매 꿈꾸는 류지형-지원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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