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축구’ 날린 벤투호 “좀 더 날카롭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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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호주와 원정평가전 본격 시험대

벤투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벤투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체질 개선’을 공언한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 한국축구대표팀은 얼마나 바뀌었나.

국내 축구 데이터·영상 분석 업체인 비주얼스포츠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벤투호 출범 이후 대표팀의 패스 횟수가 급증하는 등 ‘뻥 축구’를 탈피하는 듯한 한국 축구의 변화가 감지됐다. 5명의 새 선수가 합류하는 11월 벤투호의 첫 원정(호주) 평가전에서도 이런 변화가 이어질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비주얼스포츠에 따르면 A매치 4경기를 치른 벤투호의 경기당 패스는 506.5개로 러시아 월드컵(조별리그 3경기 기준) 때(289.7개)보다 크게 증가했다. 골키퍼부터 짧은 패스로 공격을 만들어가는 벤투 감독의 ‘후방 빌드업’ 철학이 녹아들고 있는 것이다. 골키퍼와 수비수의 롱패스 비율이 확연히 준 것도 확인됐다.

공격 템포도 빨라졌다. 훈련 때마다 공격수의 연계 플레이 강화에 집중했던 벤투호는 경기당 논스톱 패스(144개)가 러시아 월드컵(72.7개)에 비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 성공률 또한 72.9%에서 81.8%로 약 10%포인트 뛰었다. 벤투호 출범 이후 2선 공격수의 골 비중이 부쩍 늘어난 것도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 최전방 공격수의 연계 플레이가 좋아진 것과 맞물린다. 우루과이전 1골(황의조)을 제외하고 벤투호 6골 중 5골을 미드필더와 수비수가 넣었다.

노영래 비주얼스포츠 분석관은 “아직까지 빌드업이 우리 진영에 집중돼 상대 진영 깊숙이에서 공이 잘 도는 편은 아니다. 빌드업의 결과물로 과감한 슈팅이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분석관은 공격 다변화를 위해 측면에서 중앙으로 넘어오는 크로스의 질과 양을 높여야 한다는 보완점도 지적했다. 벤투호는 중앙 공격 성향이 짙은 윙어를 두고, 풀백(수비수)에게 크로스를 맡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렇다 할 풀백의 크로스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질 않았다. 풀백의 경기당 크로스는 러시아 월드컵(7.8개) 때에 비해 절반 수준(3.7개)으로 떨어졌고 그 성공률 또한 낮아졌다(29%→27%).

이번 원정 평가전은 이제 막 뿌리내리기 시작한 벤투호의 색깔을 2019년 1월 아시안컵 이전에 보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벤투호 3기는 손흥민 기성용(뉴캐슬) 등 기존 에이스가 빠진 데다 대표팀 자격을 영구 박탈당한 장현수(FC 도쿄)를 대신할 주전 센터백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렇다고 변명거리가 되지는 않는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월드컵 때와 비교해) 상대와 상황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벤투호가 빌드업과 세밀한 축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다만 10월 파나마 평가전 무승부와 같이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가 반드시 승리로 이어지진 않았다. 전술적으로 다양화해 벤투호의 효율성, 날카로움을 가다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7일 한국(53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높은 호주(42위)와 벌이는 첫 방문 A매치가 벤투호의 최대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벤투#축구대표팀#후방 빌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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