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 ‘배구 사인’의 비밀] 앗! 들킬라… ‘엉덩이’에 숨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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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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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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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이 없는 배구를 흔히들 ‘신사의 스포츠’라고 한다.

그러나 네트를 사이에 둔 신경전은 여느 종목 못지않게 팽팽하다. 18× 9m 크기의 작은 직사각형 코트 안에서 감독, 선수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상대의 수를 예측하고 우리의 공격 방향을 지시하기 위한 모든 약속은 바로 이 수신호로 이뤄진다.

●감독의 사인

배구의 사인은 감독이 코트 안의 선수들에게 보내는 사인과 선수들 끼리 주고받는 것 등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 진다.

감독들은 서브를 넣을 선수에게 목적타를 지시할 때, 상대 팀의 공격 패턴이 예측돼 블로킹의 위치를 지정할 때 등 5~6 종류의 사인을 낸다.

이동공격이 예상될 때는 주먹을 쥐고, 속공을 할 것 같으면 다섯 손가락을 쫙 피는 식이다. 각종 공격이나 선수들 위치이동에 관한 손동작 모양은 구단마다 다르다. 상대가 눈치 채면 무용지물이 되므로 사인은 팀원들끼리만 공유한다. 때로는 양복저고리로 손가락을 가린 채 사인을 낼 때도 있다.

듀스 접전 등 승부처 때는 사인을 내는 감독이나 그것을 감지해야 하는 선수나 모두 피가 마른다. 성향에 따라 경기 중에 사인을 많이 내는 감독도 있고 그렇지 않은 감독도 있다.
여자부 GS칼텍스 이성희 감독은 전자에 속한다. 이 감독은 “코트 밖에서 봤을 때 상대의 움직임이 더 잘 보이고 선수들이 이미 알고 있어도 한 번 더 일깨워 주기 위해 사인을 많이 활용 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나 신인 선수가 팀에 새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게 바로 사인의 종류다. 일단 사인이 나면 6명이 약속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기에 1명이라도 미스가 나면 낭패다. 1경기에 사인미스가 많이 나올 때는 보통 2~3차례이지만 단 한차례도 안 나오는 경우도 많다.

한 시즌에 팀 당 30경기 가까이 치르면 어지간한 사인은 읽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각 팀들은 주로 1년 단위로 사인의 종류를 바꾼다.

●선수의 사인

선수들끼리는 코트 안에서 더 활발하게 사인을 주고받는다. 종류도 10가지 이상으로 다양하다. 감독은 큰 틀에서 지시하는데 비해 선수들은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할 때마다 약속된 플레이대로 움직여야 되기 때문에 종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상대 서브 때는 세터가 사인을 낸다.

세터가 엄지와 검지로 가위 표시를 만들면 레프트 공격, 검지 하나만 치켜들면 가운데 시간차 공격,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함께 들면 라이트 공격을 하겠다는 뜻이다. 감독이 내는 사인이 구단마다 다르고 보안유지가 철저한 일급비밀 사항인데 비해 선수들 사인은 일반적으로 통일이 돼 있다.

그래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히 엉덩이 뒤에서만 이뤄진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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