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테니스대회, 심판채용도 현미경 심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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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네번째 참가 유제민 국제심판
주심-선심 등 335명중 외국인 95명… 시력-목소리-경력 등 꼼꼼히 살펴
‘75분 근무, 75분 휴식’ 철저히 지켜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윔블던 테니스 대회 본선에 참가한 유제민 국제심판. 윔블던=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윔블던 테니스 대회 본선에 참가한 유제민 국제심판. 윔블던=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시즌 세 번째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의 공식 명칭은 ‘더(The) 챔피언십’이다. 1877년 시작돼 최고(最古) 역사를 지닌 대회에 붙여진 상징적인 타이틀이다. 1860년 스코틀랜드에서 출범한 메이저 골프 대회인 브리시티오픈을 ‘디 오픈(The Open)’으로 부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대회 운영에서도 최고(最高)를 지향하는 윔블던에서는 경기 진행을 책임지는 심판도 핵심 요소다. 이번 주 영국 런던 인근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리고 있는 올해 대회에 투입된 주심, 선심 등의 심판은 335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40명은 영국테니스심판협회 회원인 영국인이다. 나머지 심판은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참가한 외국인들이다. 테니스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무대이므로 내로라하는 국제심판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유제민 국제심판(30)이 본선에 참가하고 있다. 예선에는 유 씨를 포함해 3명의 한국 심판이 활동했었다. 2011년 윔블던 푸른 잔디를 심판으로 처음 밟았던 유 씨에게 올해 대회는 네 번째다. 한국 선수가 윔블던 본선에 출전한 것은 올해 정현이 2008년 이형택 이후 7년 만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테니스 선수를 한 유 씨는 “호주오픈 등 다른 메이저 대회에도 가봤는데 윔블던은 남다른 기풍이 있고 체계적이다. 코트에 입장할 때는 재킷, 넥타이 차림에 흰색 새부리 모자를 써야 한다. 심판 대우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윔블던 심판은 사전에 대회조직위에서 신청을 받은 뒤 시력, 목소리, 집중력 등 기본 자질과 꼼꼼한 경력 심사를 거쳐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 외국인 심판에게는 왕복 항공료와 하루 80파운드(약 14만 원)의 숙박료, 식사 쿠폰, 세탁비, 일당(선심은 100∼160파운드) 등이 지원된다. 양복과 와이셔츠, 바지 등의 심판복, 신발, 양발 6∼7켤레 등도 지급된다.

유 씨가 주로 맡는 선심은 베이스 라인 뒤에서 폴트, 아웃 판정 등을 하는데 ‘75분 근무 후 75분 휴식’의 근무 원칙을 따르고 있다. 보통 하루 5시간 심판을 본다는 게 유 씨의 얘기다. 윔블던은 흰색 유니폼만 허용하는 드레스 코드를 고수하고 있지만 심판들은 파란색 줄무늬 상의를 입는다. 플레이 도중 선수들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이 발급하는 심판 자격증을 취득해 각종 해외 대회에 나서고 있는 유 씨는 “1년에 집에서 자는 시간은 반도 안 된다. 늘 긴장해야 하지만 해외에서 언어 문제나 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선수들을 도울 수 있을 때 보람을 느낀다. 이런 큰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윔블던=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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