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5000만원을 만든 신지애의 ‘1000원짜리 납테이프’

  • 입력 2009년 9월 16일 0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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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 연장 4m 버디퍼트 우승엔 숨은 일등공신 있었다

신지애(21·미래에셋)의 우승에 일등공신이 숨어 있어 화제다.

신지애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 주 로저스의 피너클 골프장(파71)에서 열린 미 LPGA 투어 P&G뷰티 NW아칸소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연장전에서 4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안젤라 스탠포드(미국)와 유선영(23·휴온스)을 꺾고 시즌 세 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신지애는 우승 직전까지 퍼트 난조에 빠져 있었다. 버디 퍼트가 번번이 홀을 빗나가며 발목을 잡았다.

퍼트 감각이 무뎌져 고민하던 신지애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퍼터를 교체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사용해오던 P사의 퍼터 대신 5년 넘게 사용해오던 O사의 퍼터를 다시 잡았다. 국내 시절부터 사용하던 퍼터다.

그런데도 퍼트 불안은 여전했다. 퍼터의 헤드가 가벼워 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변화가 심했다.

2라운드까지 공동 24위에 머물렀던 이유도 퍼트 부진 때문이다.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난 건 한 차례뿐이었고, 아이언 샷은 두 번을 제외하고 모두 그린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위권에 머물렀던 이유는 33개나 됐던 퍼트 때문이었다. 3번과 15번홀에서는 3퍼트까지 저질렀다.

3라운드에서는 바꾼 퍼터가 우승의 효자가 됐다. 특히 헤드 뒷면에 붙인 납 테이프는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납 테이프가 우승의 일등공신이다.

신지애의 부친 신재섭 씨는 퍼트 불안을 가벼운 헤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응급 처방으로 헤드를 무겁게 하기 위해 납 테이프를 붙였다. 시중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납 테이프는 헤드의 무게나 밸런스 등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된다. 체계적인 피팅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던 과거에는 이 같은 방법을 많이 이용했다.

신 씨의 응급 처방은 특효를 냈다. 헤드의 무게를 늘린 후 신지애의 퍼트는 안정을 찾았다. 34개와 33개였던 퍼트 수는 3라운드에서 27개로 줄었다. 줄어든 퍼트 수만큼 성적으로 연결되면서 7타차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냈다.

신 씨는 “퍼터가 가벼워 볼도 가볍게 움직였다. 그래서 (헤드에) 납 테이프를 붙였는데, 결정적으로 연장전에서 그게(버디 퍼트) 들어가 주네요”라고 인터넷 팬 카페를 통해 우승의 숨은 일등공신을 공개했다.

1000원짜리 납 테이프가 3억5000만 원의 우승상금이 되어 돌아왔다.

프로의 세계에서 우승은 퍼트 싸움이다.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는 얘기는 괜한 소리가 아니다.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미국)가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에게 참패한 이유도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들어가야 할 퍼트가 들어가지 않으면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퍼트가 들어가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흔들려 다른 샷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신지애의 장기는 정확한 샷과 정교한 퍼트다. 특히 짧은 거리에서의 퍼트 실력은 최고 수준이다. 신지애는 1∼2m 거리의 쇼트 퍼트 연습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이 거리에서 30회 반복해 연속해서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연습한다. 136개까지 연속해서 성공한 적도 있다.

지난 6월 웨그먼스 LPGA 우승 이후 성적이 곤두박질 쳤던 이유는 퍼트 난조 때문이었다. 신지애는 올 시즌 페어웨이 적중률 82.5%%로 2위, 그린적중률은 72.5%%로 6위다. 퍼트가 살아나면 무서울 게 없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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