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포항, 日서 우승 담금질 파리아스 감독, 적수 귀네슈 넘겠다

  • 입력 2009년 2월 18일 08시 00분


밤늦은 시간에 인터뷰를 요청한데 대해 미안하다고 하자 그는 “괜찮아요”를 연발했다.

조금 더듬거렸지만, 상대가 알아듣기에 충분한 발음이었다. 그의 이름은 ‘빠리다’. 빠르면서, 이로움(利)을 많이(多) 가져온다는 의미에서 포항시의회가 선물한 한국이름이다.

“좋은 감독이라고 인정해 이런 큰 선물을 준 것이다”며 뿌듯해하는 포항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을 전지훈련지인 일본 구마모토에서 만났다.

○골대 안으로 차라

한국생활 4년, 한국말은 어느 정도 늘었을까. 간단한 인사말이나 음식주문 등은 능히 할 수 있을 정도.

특히 훈련장에서 한국말을 많이 하는데, “골대 안으로 차라”는 말을 애용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상황에서는 슈팅을 해야 하고 또한 골대 안으로 차야 골이 된다. 축구는 정확하게 차 넣는 것이 마지막 단계이다. 이런 기본을 가르치고 강조하기 위해 배웠다.

내가 처음 왔을 때 포항은 수비 위주의 경기를 보였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수비와 공격의 균형을 이루는 축구로 발전했다.” 하지만 요즘도 그는 골대 안으로 차라는 말을 자주 한다. 포항이 공격지향적으로 많이 바뀐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양보다는 질

포항은 K리그 구단 중 가장 늦게 소집됐다.

다른 구단들은 연초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지만 포항은 1월말에 처음 모였다. 너무 여유를 부리는 것은 아닐까. “2007년이나 지난해에도 다른 팀 보다 늦게 소집됐다.

하지만 K리그 우승과 FA컵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대회가 늦게 끝나 선수들에게 휴식을 충분히 주고 싶었다(포항은 12월말 FA컵 결승을 치렀다). 훈련을 많이 할수록 좋은 성적을 낸다면 휴가 안주고 훈련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양보다는 질이다. 선수들이 경기할 때 최대한 좋은 상태에서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고,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휴식을 줄 상황이라면 주는 것이 옳다.”

○K리그 PO 진출이 1차 목표

포항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주요 선수가 빠져나갔다. 조성환, 박원재, 장현규 등이 이적했거나 군에 입대했다. 정규리그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도 출전해야하는 마당에 오히려 선수층이 얇아졌다. 그래서 파리아스는 지금 고민 중이다.

“생각보다 한국축구 전체가 수익을 내지 못한다. 그래서 한정된 금액 안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 처해진 상황에서 얼마나 좋은 팀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상황이 좋든 안 좋든 팬들은 우승을 바라고, 그래서 언제나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주요 선수들이 빠졌지만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어갈 것이다. 전술적인 변화도 시도해볼 생각이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K리그에서 PO 진출이 1차 목표이고, AFC챔피언스리그도 이동거리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지난해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

○매직의 진정한 의미

K리그 유행어 중 하나가 ‘파리아스 매직’이다. 단기승부에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 파리아스는 매직으로 통했다. 그 마술의 비밀은 무엇일까.

“축구선수도 선수 이전에 평범한 사람이다. 걱정이나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우선 축구를 잘 할 수 있는 편안한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내 몫이다. 자유를 주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초창기 고참인 김기동은 나이도 있고 체력이 떨어져 90분 풀타임 선수는 아니었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였다. 하지만 그와 얘기를 나누다보니 컨디션이 되어있었고, 체력도 있었다. 결국 그는 중요한 역할을 해 주고 있다. 그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우리 팀은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하다. 유니폼에는 별이 달려있지만(우승횟수를 의미), 선수단내에서는 별이 없다. 이를 선수들이 잘 따라줘 (팀이)평화롭게 갈 수 있다. 이런 것이 파리아스 매직이 아닐까.”

○라이벌은 귀네슈

파리아스는 K리그 감독으로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지도력이나 성적 면에서 남부러울 게 없다. 이처럼 성공한 파리아스가 K리그에서 적수로 꼽는 감독은 누구일까.

“(곰곰이 생각하더니) FC서울의 귀네슈 감독이다. 그는 유럽에서 왔다. 서양식 축구를 한국에 심어주고 있다. 좋은 선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특히 이를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선수들의 평판도 좋은 것으로 안다. 서울의 브라질 선수들에게 귀네슈가 팀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몇몇 한국선수들도 귀네슈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해줬다. 이런 능력 때문인지 처음보다 강한 팀을 만들었다. 솔직히 작년에는 서울의 전력이 가장 강해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마모토(일본)|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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