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위 박태환’ 낙관과 비관 사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결선 최하위
근육 전성기 때보다 좋아졌는데 유럽식 파워 스트로크 적응 덜 돼
예전 영법 돌아갈지 고민의 시기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한 무대였다. 박태환(28·사진)은 2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7초11로 8명 중 가장 늦게 결승점을 찍었다. 준결선 기록(1분46초28)보다 나빴다. 지난해 11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찍은 1분45초16에는 크게 못 미쳤다.

자유형 400m에서의 아쉬움이 이날 기록에까지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 전력투구했던 400m에서 메달을 놓치고 200m에 나선 박태환의 컨디션은 나빴다. 박태환도 경기 후 “힘들었다. 100m에서 150m로 갈 때 몸이 처졌다”고 인정했다.

남기원 수영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은 박태환이 새로운 수영을 실험하고 적응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남 감독은 “이번에 태환이를 보니 전성기 때보다 근육이 더 잘 만들어져 있더라.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100% 힘을 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근육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훈련이 덜 돼 있다는 의미였다.

남 감독은 “스트로크를 바꾼 것도 체력이 금방 떨어진 이유다. 이번 대회에서 태환이가 하고 있는 스트로크는 파워를 앞세운 유럽 스타일이다. 예전 태환이의 팔 동작 등은 부드러우면서 짧고 간결했지만 이번에는 길고 크다. 폼 전체가 커졌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더 심했다”고 분석했다. 남 감독은 “대회 직전 훈련으로 몸이 가장 피로한 시기에 최상의 상태로 끌어 올리는 조정기를 잘 맞추지 못한 것도 같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수영 선수로는 황혼기인 서른 즈음에 와 있다. 박태환은 올해 초 “예전보다 회복 속도가 느려졌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6년 만에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면서 파워를 앞세운 최근 세계 수영의 흐름을 적극 받아들이고 도전했다. 지속적으로 근지구력을 보강하면서 전성기 때 이상의 몸을 만든 건 수확으로 꼽힌다. 남 감독은 “이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근육이 좋아졌다는 것만 믿어서는 안 된다. 유럽 스타일로 바꾼 영법에 적응해서 제대로 파워 수영을 하든지, 아니면 예전의 간결한 영법에 파워를 보탤 것인지 하나를 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마린 보이#박태환#수영세계선수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