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팀 킴’과 의논해 사용” “상금으로 쓴다고 안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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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평창대표팀 내분 ‘진실게임’
지도자측 “제3자 개입 의혹”
선수들 “장비구입 내용만 확인, 새로운 팀 찾겠다는 것 아니다”
선수들에 폭언 파일 공개돼 파장… 정부-체육회, 합동 감사 하기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에서 은메달을 딴 ‘팀 킴’(경북체육회)의 선수들이 지도자들의 전횡을 폭로한 이후 양측이 첨예한 ‘진실 공방’을 펼치고 있다.

팀 킴(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은 대한체육회 등에 보낸 호소문에서 “지도자들(김경두 경북컬링훈련센터장, 김민정 여자팀 감독, 장반석 총괄 감독)이 대회 상금을 배분해주지 않았고, 대외 수입은 김 센터장의 개인 통장으로 수령됐다”며 착복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지도자들은 9일 “2015년에 선수들의 동의하에 김경두 명의의 통장을 개설했으며 돈은 대회 참가비 등 공적으로 사용됐다. 상금 외 행사비 등은 개인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선수들이 7월 상금 사용 명세를 확인한 서명부를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서명은 장비 구입 등 일부 명세에 대한 확인이었을 뿐이다. 우리가 서명한 명세 외에 다른 사용 명세는 (지도자들이) 공개하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인권 침해에 대한 입장도 갈렸다. 선수들은 “김 센터장이 사적 목적을 위해 우리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일 때 회장 선거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1년 6개월의 자격정지를 받았다. 그는 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연맹과 법정 싸움 중이다. 선수들은 “지도자들이 ‘김 센터장을 도와야 한다’며 법정에 나가라고 강요했다. 연맹과의 다툼에서 김 센터장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지도자들이 팀을 사유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김 감독 자녀의 어린이집 행사에 동원됐고, 스킵 김은정은 결혼을 이유로 훈련에서 제외됐다고도 폭로했다. 장 감독의 주장은 달랐다. 장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린이집 행사를 미리 부탁했고 선수들도 동의했다는 것을 증명할 통화 기록이 있다. 김은정은 임신 계획을 가졌기 때문에 새로운 스킵을 찾아야 했다. 특정 선수를 팀에서 제외하기 위한 훈련은 없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팀 킴과 같은 부당한 처우를 당했다는 경북체육회 소속이었던 선수들의 증언도 나왔다. 2003년 김 센터장의 지도를 받았던 A 씨는 “김 센터장이 선수들에게 훈련비 명목으로 돈을 걷어간 뒤 사용처를 알려주지 않았다. 각본이 짜인 인터뷰만 하게 하는 등 강압적 분위기에 지쳐 팀을 떠난 선수가 많다. 나도 지역 체육회 등에 호소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센터장은 “A 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팀 킴을 포함해 선수들에게 폭언을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날 팀 킴이 공개한 녹취 파일에는 김 센터장이 선수들에게 “개 뭐 같은 ×. 기자들이 붕붕 띄우니까 서커스단 단원 된 것 같아?”라고 말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선수들은 이날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우리가 태어난 고장에서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 새로운 팀을 찾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를 교체해 달라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현재 경북에는 컬링 실업팀이 경북체육회 하나뿐이다. 최근 팀 킴 가운데 4명의 고향인 의성군이 컬링팀을 창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 감독은 “선수들이 제출한 호소문은 그들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적어준 글이라고 추측된다. 도대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 대한컬링경기연맹이 관리 단체로 지정돼 제 역할을 못 하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이날 합동으로 팀 킴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컬링#팀 킴#평창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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