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에 활짝… 펜싱도 “영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영미, 에페 결승서 세계 5위 꺾어
대표팀 맏언니지만 이번이 첫 출전… 2015년 서른에 태극마크 다시 달아
10년 무명 딛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처음이자 마지막 대회서 큰 기쁨”


2018년은 과연 ‘영미의 해’다. 평창에서 시작된 컬링 ‘영미 신드롬’에 이어 자카르타에서 북한 영미가 레슬링 금메달을 따더니 이제는 펜싱 영미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강영미(33·광주 서구청·세계랭킹 6위)가 21일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세계랭킹 5위 쑨이원(26·중국)을 11-7로 꺾고 생애 첫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펜싱장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영미∼ 영미∼” 응원을 받은 강영미는 “평창 올림픽 이후 사람들이 영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됐다. 저는 응원의 힘을 많이 받는다. 관심 받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강영미는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여자 국가대표 에페팀의 맏언니다. 하지만 이번이 아시아경기 첫 출전이다. 적어도 경험에서는 막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서른, 누군가는 은퇴를 고려할 나이지만 강영미는 그때까지도 변변찮은 국제대회 메달이 하나도 없었다. 2009∼2011년 태극마크를 달았었지만 아시아경기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고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태극마크를 반납해야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에페가 단체전 은메달을 따던 영광의 순간에도 강영미는 없었다.

하지만 강영미는 2015년, 만 나이 서른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인내의 칼을 간 강영미는 결국 서른한 살이 되던 2016년 우시 아시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땄고 2017년 홍콩 아시아선수권에서는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국 2017∼2018시즌 생애 처음 세계랭킹 톱10(7위)에도 이름 석자를 올렸다.

이날 강영미의 결승전 상대는 이번 대회 여자 에페 여자 선수 중 랭킹(5위)이 가장 높은 쑨이원이었다. 쑨이원은 4강에서 동료 최인정(27·계룡시청)을 1점 차(11-10)로 꺾고 올라왔다.

2라운드까지 3-1 리드를 잡은 뒤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않으며 탐색전을 벌인 강영미는 3라운드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연속해 포인트를 추가하며 점수 차를 8-4로 벌렸다. 경기 막판 강영미는 조급해진 쑨이원의 칼을 분주히 막아냈고 종료 13초 전에는 오히려 역습으로 점수 차를 9-5까지 벌렸다. 결국 조급한 상대가 달려들 때마다 포인트를 쌓은 강영미는 11-7로 넉넉히 점수 차를 벌리고 금메달을 확정한 뒤 포효했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화려한 조명과는 거리가 멀었던 강영미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는데 부모님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울먹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강영미는 울다가 웃게 됐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우승을 했다. 그간 기량이 부족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인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 정말 기쁘다”는 강영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아시아경기?”라고 되묻자 강영미는 “나이도 있고 결혼도 했기 때문에 아이도 가져야 한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일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펜싱#강영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