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스포츠서 즐기는 스포츠, 이젠 완성 단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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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유도 메달리스트 출신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첫 국민체육진흥공단 수장에 오른 조재기 이사장이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즐기는 스포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스포츠는 승리보다는 즐기는 게 중요하다. 공단은 국민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왔고, 이제 완성해 나갈 단계”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첫 국민체육진흥공단 수장에 오른 조재기 이사장이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즐기는 스포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스포츠는 승리보다는 즐기는 게 중요하다. 공단은 국민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왔고, 이제 완성해 나갈 단계”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남자 유도에서 한 한국 선수의 투혼이 주목받았다. 93kg에 출전해 중도 탈락하자 삭발을 하고 무제한급에 다시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1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수장을 맡은 조재기 이사장(68)의 스토리다. 당시 레슬링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양정모에게 가렸지만 유도계에선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12대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역대 이사장 중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경기장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뚝심의 사나이였지만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공단 사무실에서 만난 조 이사장은 “스포츠는 승리보다는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단을 맡은 지 3개월을 넘긴 그는 “공단은 국민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왔고 이제 완성해 나갈 단계”라고 강조했다.

“체육 발전에는 3단계가 있다. 첫째는 스포츠를 즐길 장소와 시설 확보, 둘째는 프로그램 공급, 셋째는 즐길 수 있는 클럽을 확보하는 것이다. 공단은 그동안 다양한 시설을 확충하며 국민체력 100 등 프로그램도 제공해왔다. 이젠 클럽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단은 전국 229개 국민체육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7170억 원을 지원했고 각급 학교 217개 다목적체육관 건립에도 1236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방과 후 스포츠클럽 강사 지원도 공단이 하고 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민간시설까지 합치면 시설 문제는 사실상 완전히 해결됐다는 평가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신체활동을 안 하면 죽는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아야 사회도 건강하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을 시작해 평생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공단은 그 기반을 만들고 있다.”

조 이사장은 교육제도 등 아직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일제의 잔재가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서구문명을 받아들일 때 체육을 잘못 받아들였다. 군사체육을 들여온 것이다. 일본에도 한때 ‘화이토’라는 게 있었다. 우리가 파이팅이라고 하는 것인데 파이팅이 뭔가. 영어로 싸우자는 것이다. 이 문화가 그대로 한국에도 흡수됐다. 어느 순간 힘자랑하는 운동선수는 건달, 깡패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당시의 승리지상주의가 이어졌다. 이런 문화가 올림픽에서 은메달 따고도 억울해 우는 선수를 양산했다.”

조 이사장은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화이토’를 없애고 ‘힘내라’는 ‘간바레’로 바꾸었는데 우린 아직 파이팅을 외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고 민관식 전 문교부장관은 파이팅 대신 ‘으라차차’라는 구호를 외쳤다. 으라차차는 ‘힘내라’ ‘나가자’는 순우리말 감탄사다. 우리도 파이팅을 버리고 즐길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공단은 1988 서울 올림픽이 남긴 최고의 레거시(유산)라는 것도 강조했다. 공단은 1989년 3521억 원의 기금으로 발족해 올림픽 시설관리를 하며 체육기금을 마련해왔다. 그는 “공단은 한국 스포츠 재정의 91%를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다양한 사업으로 1년에 1조5000억 원(2017년 기준)의 체육기금을 확보한다. 지난해까지 총 10조443억 원의 체육기금을 지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도 공단 체육기금 1조3000억 원이 지원됐다. 전체 올림픽 예산의 11%에 해당하는 돈이다.

‘한국 스포츠의 젖줄’인 공단의 수장을 맡은 조 이사장은 “학자로 지켜본 공단과 직접 와서 느껴본 공단은 완전히 달랐다. 공단은 한국 스포츠의 근간으로 정말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한국 스포츠를 잘 이끌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아울러 조 이사장은 공단이 벌이고 있는 스포츠토토와 경륜 경정 등의 사업이 더욱 건전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우리나라 도박 시장이 전체 100조 원에 이르는데 합법적인 도박 시장은 20조 원뿐이라고 했다. 불법을 막고 합법적인 시장에서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몬트리올 올림픽#조재기 이사장#국민체육진흥공단#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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