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한국 여자골프, 젓가락과 바짓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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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여자오픈 골프대회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의 메이저 5개 대회 중에서도 으뜸이다. 어제 끝난 올해 US여자오픈에서 박성현이 1위를 차지했다.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우승한 1998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한국 선수의 우승이 9차례로 미국 선수의 8차례를 앞질렀다. 최근 10년간만 보면 한국 선수의 우승이 7차례로 미국 선수의 3차례를 압도한다. 올해 대회는 특히 상위 10위 안에 한국 선수가 8명이나 들었다. LPGA 대회인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대회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 시즌만 해도 지금까지 열린 19개 LPGA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절반에 가까운 9개 대회의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는 미국이 열고 상금은 한국이 휩쓸고 있다. 올해 US여자오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에서 열려 그가 직접 찾아 2라운드부터 지켜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미국이 한국에 막대한 손해를 본다고 오해하고 있는 그가 리더보드에 한국 선수 이름이 즐비한 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골프는 양궁과 더불어 한국 여성에게 최적화된 스포츠가 아닌가 싶다. 양궁만 해도 한국 남녀 모두 세계 정상이지만 골프에서는 한국 여성만 세계 정상이다. 젓가락을 사용하면서 키워진 남다른 손 감각이 파워보다는 정확도가 더 중요한 스포츠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과거 영국 식민지가 아니었으면서 골프를 잘하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골프를 국민 스포츠로 장려해 안니카 소렌스탐 등을 배출한 스웨덴도 우리나라처럼 탄탄한 선수층을 가진 적이 없다.

▷젓가락으로 말하자면 중국도 일본도 사용한다. 그렇지만 일본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고 앞으로 중국이 얼마나 성장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현재로선 일본도 중국도 따라올 수 없는 것이 아빠들의 바짓바람이다. 한국의 교육열은 대체로 엄마들의 치맛바람인데 골프만은 아빠들이 어릴 때부터 딸을 데리고 다니면서 자신의 재산과 시간을 쏟아 부어 얻은 결실인 경우가 적지 않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us여자오픈#골프#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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