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오카다 두 명장, 이대호에 조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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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일본서 죽는다는 각오로”

오카다 “경험 쌓으면 죽을 일 없다”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70)은 형식적으로 상대를 칭찬하는 ‘립서비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김 감독도 올해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 입단한 이대호(30)에 대해서만큼은 확고하게 성공을 점쳤다. 일본 고치 현 고치에서 전지훈련 중인 김 감독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대호가 부상만 없다면 일본에서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20홈런을 쉽게 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선수 보는 눈이 까다롭기도 유명한 오릭스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55)도 같은 생각이었다. 오카다 감독은 오키나와 현 미야코지마 1차 전지훈련 마지막 날인 17일 한국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본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경험만 쌓이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야구를 대표하는 두 명장은 이대호에 대한 기대와 함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 “도망만 안 치면 된다”

김성근
부드러운 몸, 변화구 대처 능력, 강한 승부욕…. 김 감독은 먼저 이대호의 장점을 두루 열거했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만 하면 일본 야구에 적응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거였다. 일본 투수들의 포크볼이나 몸쪽 승부구도 이대호의 타격 기술이면 충분히 쳐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감독은 “단 하나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만 안 하면 된다. 계약 기간 2년간은 죽어도 일본에서 죽는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 오면 어떤 선수든 한 번은 벽에 부닥치게 된다. 이승엽(삼성)도 그랬다. ‘죽기 살기로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하면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약한 마음을 먹을 수도 있다. 그 고비만 이겨낸다면 3할 타율에 20홈런은 거뜬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도망쳐선 안 된다. 마음 한구석에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이 깃드는 순간 일본 투수들은 집요하게 그 점을 노릴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이대호에게 4월 말이나 5월 초쯤 고비가 찾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체력이 뒷받침됐을 때는 몸쪽 공도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그 시기 즈음에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하체가 관건이다. 하체가 단단하면 몸쪽 깊은 공을 이겨낸다. 캠프 기간에 러닝을 열심히 해 한 해를 버틸 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4번 타자의 존재감을 보여라”

오카다
오카다 감독은 “지도자가 된 뒤 그렇게 큰 체격의 야구 선수는 처음 봤다”며 이대호에 대한 첫인상을 말했다. 이어 “두 번째 놀랐던 건 이대호의 타격을 보고나서다. 엄청난 유연성으로 배트 컨트롤을 하더라. 큰 덩치에 비해 정교한 타격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카다 감독 역시 이대호의 타격 기술이면 일본 투수들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실전을 많이 치르는 게 중요하다. 이런저런 스타일의 투수들을 만나 다양한 공을 경험해 봐야 한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대호를 4번 타자로 지목한 그는 “타율, 홈런 등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 홈런을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자 2, 3루 상황 등에서 안타를 쳐 타점을 생산하는 게 더 중요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4번 타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오릭스에 대한 한국 팬들의 성원과 관심에 고마움도 나타냈다. 그는 “이대호의 입단식 때 부산에 갔는데 한 식당 주인이 나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이대호가 입단식 때 ‘일본에 놀러온 게 아니다. 우승하러 왔다’고 했다. 그와 힘을 합해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며 의지를 보였다.

한편 이대호는 19일 기노완 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쳐내며 대외경기 첫 안타를 신고했다. 2타수 1안타. 18일 한신전에서는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우라소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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