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환희]김연아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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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반 홀린 여왕의 마법… 그녀가 나타나면 미소가 번졌다

기쁨의 눈물 평창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김연아는 눈물을 흘렸다. 현역 선수가 운동에 매진하지 않는다는 일부의 비난 여론도 있었지만 목표를 이뤘기에 후회는 없었다. 더반=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기쁨의 눈물 평창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김연아는 눈물을 흘렸다. 현역 선수가 운동에 매진하지 않는다는 일부의 비난 여론도 있었지만 목표를 이뤘기에 후회는 없었다. 더반=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훈련할 시간도 부족할 텐데….”

‘피겨 여왕’ 김연아(21·고려대)는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탄탄대로 같던 삶은 옆길로 빠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브라이언 오서 코치(캐나다)와 결별한 뒤 구설에 시달렸다. 그랑프리 시리즈에 불참하자 사실상 선수생활을 그만둔 게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올해 4월에는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2위에 그쳐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었다. 안티 팬이 생겼고 광고 선호도에서도 더는 부동의 1위가 아니었다. 올해 초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에 적극 나서기로 하자 ‘현역’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일부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 김연아의 미소, 세계를 홀리다


김연아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끝까지 소중하게 간직한 게 있었다. 바로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미소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환하게 미소를 지은 김연아는 평창의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힘을 보탰다. “온 나라를 어깨에 짊어진 것 같다”고 말했던 그의 미소는 남아공 더반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홀렸다.

강력한 경쟁 도시였던 독일 뮌헨 유치위 집행위원장인 ‘원조 피겨 여왕’ 카트리나 비트와의 장외 대결은 최고 관심거리였다.

비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김연아의 등장 이전까지였다. 5월 21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후보 도시 테크니컬 브리핑에 김연아가 처음 등장하면서 비트는 IOC 위원들에게 찬밥 신세가 됐다.

김연아는 브리핑에서나 사석에서나 특유의 미소로 IOC 위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였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IOC 위원들은 굉장히 점잖다. 왕족과 연로한 분이 많다”면서도 “어떤 이들은 김연아가 보이면 체면을 팽개치고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섰다”고 전했다.

피겨는 야구, 축구만큼 인지도는 높지 앉지만 귀족 스포츠로 통한다. 세계 유명 인사나 정재계 인사들은 피겨에 관심이 높다. 겨울올림픽의 꽃인 여자 피겨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는 IOC 위원들에게 평창을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홍보대사였다.

평창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인물도 김연아였다. 김연아는 2007년부터 캐나다와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해왔다. 프레젠테이션 내내 환한 미소를 띠었다. 물 흐르듯 매끄러운 발표가 이어졌다. 김연아의 메시지는 IOC 위원들의 귀를 통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 김연아의 존재, 평창을 살렸다


김연아 덕분에 한국은 겨울스포츠 편식이라는 약점도 털어냈다. 한국은 2006년 토리노 대회 때까지 겨울올림픽에서 31개의 메달 중 쇼트트랙에서만 29개의 메달을 따냈다. 한 종목에만 치중된 반쪽 겨울스포츠 강국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평창이 두 번 연속 유치를 실패한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됐다. 하지만 밴쿠버 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과 함께 피겨에서 금메달이 나오면서 한국은 명실상부한 겨울스포츠 강국으로 떠올랐다. 평창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2014년 유치 때와 달라진 점은 김연아의 합류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연아가 남아공에서 입었던 옷도 국제적인 관심거리였다. 프레젠테이션에서 김연아가 입은 블랙 케이프 재킷과 원피스는 방송을 타자마자 여성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제일모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 전무가 김연아만을 위해 자체 제작한 의상으로 7일 그의 옷을 찾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해외 패션 블로그에서도 김연아의 의상은 화제가 됐다.

김연아의 영향은 이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7년 뒤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겨울스포츠 종목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발전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김연아는 아이스링크 건립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포츠행정가로 변신할 가능성도 있다. 김연아는 이번 유치전에서 탁월한 스포츠 외교 능력을 보여줬다. 김연아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선수로서 경력을 쌓고 나중에 IOC 위원 등의 길로 나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은 하고 있다”고 했다. 김연아의 미소는 7년 뒤에도 여전할 것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동영상=김연아-박정현 듀엣곡, ‘꿈의 겨울’ 평창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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