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김연경, ‘포스트 김연경’ 후배 정호영의 장점 묻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3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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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 동갑 후배가 들어왔다니까요. 웃음코드가 달라요. 좀 더 (제가) 젊어질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대뜸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배구여제’의 표정에선 큰 기대감이 묻어났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 주장 김연경(30)은 이번 대회에서 특별한 후배들과 함께 한다.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로 평가받는 정호영(17·선명여고), 이주아(18·원곡고), 박은진(19·선명여고) 등 고교 3총사다. 한국여자배구는 아시아경기 우승을 넘어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기 위해 샛별들을 합류시켰다.

[스포츠]아시안게임 배구국가대표 김연경과 정호영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과 제2의 김연경으로 불리는 유망주 정호영 .
[스포츠]아시안게임 배구국가대표 김연경과 정호영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과 제2의 김연경으로 불리는 유망주 정호영 .
[스포츠]아시안게임 배구국가대표 김연경과 정호영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과 제2의 김연경으로 불리는 유망주 정호영 .
[스포츠]아시안게임 배구국가대표 김연경과 정호영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과 제2의 김연경으로 불리는 유망주 정호영 .
●스텝부터 타이밍까지… 세밀한 배구여제의 조언

3총사 중 가장 주목받는 건 대표팀 막내이자 라이트 정호영이다. 190㎝의 큰 키에 기량이 뛰어난 정호영은 김연경을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2의 김연경’, ‘포스트 김연경’으로도 불린다. 9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정호영은 “예전에는 (제2의 김연경이라는 이야기가) 마냥 좋았는데 지금은 부담이 더 크다. 경기에 들어가서도 뭔가를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팀에 피해 안 가게 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인터뷰를 어려워하는 정호영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 후배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생각보다 많이 없더라”고 농담을 한 김연경은 스트레칭 도중 기자에게 찾아와 “뛰어난 점프력에 높은 타점이 호영이의 장점”이라고 귀띔했다.

TV로만 보던 김연경과의 만남은 정호영에게도 큰 성장의 기회다. 실제로 2014년 인천 대회 때 고교생 신분으로 대표팀에서 뛰었던 쌍둥이 레프트 이재영(22·흥국생명), 세터 이다영(22·현대건설) 자매는 현재 V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정호영은 “(김연경은) 확실히 롤 모델이 될 만한 언니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훈련할 때도 솔선수범해서 분위기를 끌어올려준다. 공격이나 수비 훈련을 할 때도 스텝을 어떻게 해야 한다거나 공격 타이밍을 잡는 방법도 세세하게 알려준다”고 했다. 성인대표팀의 경기 흐름이 너무 빨라서 놀랐다는 정호영은 최근에는 선배들을 보며 근육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호영 포함 고교생 3명은 훈련 때마다 1시간 일찍 나와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을 한다.

새 얼굴의 등장은 김연경에게도 반갑다. 김연경은 “신체조건도 좋고 배구를 잘 할 수 있는 후배들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후배들이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긴 하지만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주장으로서 예쁘고 또 고맙다”고 했다. 고교 3총사는 이번 대회 교체 멤버로 주로 뛸 전망이다.


[스포츠]아시안게임 배구국가대표 김연경과 정호영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과 제2의 김연경으로 불리는 유망주 정호영 .
[스포츠]아시안게임 배구국가대표 김연경과 정호영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과 제2의 김연경으로 불리는 유망주 정호영 .
●김연경 “아직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어느덧 자신의 4번째 아시아경기를 앞둔 김연경은 “4년 전 인천에서 금메달 획득이라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인지 아무래도 기대나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2006년 도하 대회(5위)에서 처음으로 아시아경기에 출전했던 그는 2010년 광저우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물론 대회 2연패로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챔피언 중국과 자국에서 다음 올림픽을 여는 일본 모두 정예멤버로 아시아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태국의 상승세도 무섭다. 지난시즌 중국리그에서 활약했던 김연경은 “중국은 리그나 전반적인 시스템이 국가대표 선수나 경기 스케줄에 따라 운영되더라. 상비군 시스템을 포함해 확실히 준비가 잘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워낙 좋은 팀이 많아서 우리가 100퍼센트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우리도 베테랑에 어린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팀 구성이 잘 갖춰졌다. 충분히 금메달을 딸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아시아경기 뒤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한다. 이어 새 소속팀 터키 엑자시바시로 돌아간다. 1년 만에 터키 무대로 복귀하는 김연경은 “중국리그에서 뛴다고 했을 때 전성기가 끝나서 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성기 기량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김연경은 여전히 승리에 배고프고 아직 살아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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