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못 친 게 클럽 탓?… 던지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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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들이 말하는 ‘꼴불견 골퍼’ 백태
좋은 캐디 만나려면 ‘좋은 고객’ 돼야

몇 년 전 골프장 캐디들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었다는 한 스크린골프 CF 광고 시리즈가 있었다. 그 한 장면을 살펴보자. 한 골퍼가 퍼트에 실패한 뒤 “똑바로 안 가르쳐 줘”라며 애꿎은 캐디(배우 김수미)에게 버럭 소리를 친다. 열 받은 그 캐디가 “내가 쳤냐. 네가 쳤지”라고 맞고함으로 맞서며 옆차기까지 날린다. 남 탓하는 골퍼를 꼬집는 내용이었다.

골프 대중화가 확산되면서 매너와 에티켓이 실종될 때도 많다. 골프웨어 업체 와이드앵글이 전국 10개 골프장 캐디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꼴불견 골퍼 1위에는 클럽을 막 던지는 골퍼가 뽑혔다. 야한 농담이나 반말을 하는 골퍼, 퍼트 라인 잘못 봤다고 나무라는 골퍼, 남은 거리를 몇 번씩 물어보는 골퍼 등도 ‘진상 골퍼’로 꼽혔다.

10년 캐디 경력을 거쳐 골프장 서비스 컨설팅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권한나 씨(36)는 “예전처럼 필드에서의 트레이닝 과정 없이 동영상이나 스크린골프를 통해 골프를 접한 뒤 곧바로 골프장에 오는 고객이 많아 어이없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캐디는 “그린에서 스크린골프에서처럼 공과 홀의 거리가 몇 m인지 물어보거나 경사도까지 따지는 골퍼도 있다”며 “벙커나 디벗 정리 같은 기본을 무시하는 골퍼도 많다”고 말했다.

클럽이나 의상만 보면 거의 프로급이지만 골프 실력은 ‘백돌이’ 수준인데도 허세를 부리는 골퍼도 있다. 한 캐디는 “캐디들은 골프 실력이나 스윙 스타일을 감안해 남은 거리를 조금 더 길게 혹은 조금 더 짧게 얘기해 주기도 한다. 거리측정기에만 의존해 캐디를 불신하는 골퍼가 있는데 오히려 나쁜 결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골프장에서의 과도한 애정 행각에도 따가운 시선이 쏠린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 캐디는 “언뜻 봐도 부적절한 관계로 보이는 남녀들이 라운드 도중 으슥한 곳으로 자주 사라지거나 필요 이상의 스킨십으로 낮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는 민망한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흔히 좋은 캐디를 만나는 걸 골프 8복(八福)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골퍼 자신이 먼저 좋은 고객이 되어야 한다. 캐디와 라운드 내내 맞선다면 그날 스코어는 안 봐도 뻔하다.

권 씨는 “캐디들은 대부분 초급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지닌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감정 노동자인 캐디를 존중해 준다면 더 나은 서비스와 분위기로 즐겁게 라운드를 마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장 캐디#꼴불견 골퍼#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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