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아르헨 꺾고 코파아메리카 우승…또 고개숙인 메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5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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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에이스들이 똑같이 울었다. 하지만 이유는 달랐다. ‘중원의 사령관’ 아르투로 비달(28·칠레)은 눈물로 약속한 우승컵을 조국에 바쳤다. 그러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28·아르헨티나)는 또 다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놓치며 울음을 삼켰다.

칠레는 5일 칠레 산티아고의 훌리오 마르티네스 파라다노스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15 코파아메리카 결승에서 연장전까지 접전 끝에 아르헨티나를 승부차기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연장전까지 아르헨티나와 득점 없이 비긴 칠레는 승부차기에서 4-1의 완승을 거뒀다. 코파아메리카의 전신으로 1916년 첫 개최된 남미 축구선수권을 포함해 99년 동안 칠레가 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처음이다.

칠레의 미드필더 비달은 이번 대회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대회 기간 중이었던 지난달 17일 음주운전 사고를 낸 그는 대표팀에서 퇴출시켜야한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눈물을 흘리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그는 “칠레의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칠레축구협회의 배려로 대표팀에 남게 된 비달은 약속을 지켰다. 결승전 내내 비달은 그라운드를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팀의 공수를 조율했다. 경기 최우수선수(MOM)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터뜨린 비달은 “우리는 오늘 대단한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말했다.

반면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메시는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번 대회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며 팀을 결승까지 이끈 메시는 이날 칠레의 거친 수비에 막혀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승부차기 첫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킨 메시는 팀의 두 번째 키커 곤살로 이과인이 공을 허공으로 날려버리자 등을 돌려버렸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또다시 준우승에 그치자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오늘 패배가 고문과 같다”고 말했다.

메시의 소속팀 바르셀로나(바르사)의 전·현직 칠레 선수들도 메시에게 비수를 꽂았다. 과거 메시와 함께 바르사에서 활약했던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는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는 ‘파넨카킥’을 성공시켰다. 현재 바르사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클라우디오 브라보는 승부차기에서 아르헨티나 세 번째 키커의 슈팅을 막아내는 등 경기 내내 선방을 펼쳤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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